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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제2 파두’ 없게… “주관사 부실 실사 땐 엄정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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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장 주관사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재발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제도 개선과 별개로 증권사 스스로 상장 대상기업 실사와 가치평가를 강화하는 등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9일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 회계법인과 같은 시장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IPO 주관업무 제도 개선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요 투자정보 미공시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차단하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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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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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IPO 업무에 대한 자율규제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주관업무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사후 책임성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팹리스 기업 파두의 지난해 상장 과정에서 뻥튀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상장했지만, 직후 공개된 실적은 이전보다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실사 중 회사의 매출이 1분기 177억원에서 2분기 6000만원으로 급감했지만 이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고, 공모가도 재평가하지 않았었다.

이번 개선안은 크게 △주관사 독립성 제고 △기업 실사 책임성 강화 △공모가 산정 합리성 제고 △공시 충실성 △내부통제 강화로 구성했다.

먼저 IPO 주관사(증권사)의 독립적 업무 수행을 위해 대표주관계약을 해지당하더라도 해지 시점까지 업무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주관업무 수행 대가를 받지 못할까 봐 부적절한 기업이라도 IPO를 강행하는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주관사가 형식적으로 상장기업 실사를 하지 못하도록 항목과 방법, 검증절차 등 준수사항을 규정화하고 신규 사업, 자금조달계획 등과 관련해 경영진 면담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했다. 또 실사책임자(주관사 임원)가 최종 보고서를 검토한 뒤 승인하도록 의무화했다. 실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주관사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업 규정을 바꿔 제재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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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도 마련한다. 주관사는 공모가를 산정하는 추정치, 비교 기업 등 주요 평가요소의 내부기준 및 검증절차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금투협은 ‘IPO 공모가격 결정 기준 및 절차’를 만들어 증권사의 내부기준 마련을 지원할 방침이다.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발견된 중요 투자위험이나 주관사 내부 심의내용 중 핵심 투자판단 정보는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아울러 기업 실사, 주관·인수 수수료 등은 표준화된 공시 서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IPO 주관업무와 관련해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준도 인수업무 규정에 구체화해 체계적인 수행을 유도하기로 했다.

김정태 금감원 부장원장보는 간담회에서 “주관사는 충분한 자율권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되 금감원은 시장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 엄정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상장을 하려는 기업이 과거보다 더 다양해지면서 주관사들이 쉽게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주관사들이 기업 실사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역량을 가지고 시장 내에서 경쟁하는 풍토가 마련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수요 예측’ 시장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도형·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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