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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휴대폰 24시간 켜놓고 항상 응답해야" 발언에 바이두 주가도 하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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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큰아들 생일도 잊어"

논란 일자 "깊이 반성" SNS 사과

중국 최대 검색기업인 바이두의 홍보 책임을 맡은 부사장이 직원들의 '장시간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며 이를 미화하는 내용의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중국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자 결국 사과했다.

연합뉴스는 9일 중국 매체와 영국 BBC 방송 등을 인용해 취징 바이두 부사장이 최근 '중국판 틱톡'인 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개인 계정에 올린 동영상 4~5건의 내용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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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중국 바이두 캡처]


그는 여기에서 "홍보 분야에서 일한다면 주말에 쉬는 것은 기대하지 말라",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놓고 항상 응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장시간 초과 노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영상을 통해 "난 직원의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책임이 없다"라거나 "왜 직원의 가정을 배려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경영에 불만을 토로하는 직원들을 향해서는 "이 업계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너무 바쁘게 일하다 보니 동료 생일은 기억하지만, 큰아들 생일은 잊어버렸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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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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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반발했다. 바이두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누리꾼들은 "시대착오적인 리더십" 등의 반응을 보였고 "아들 낳을 시간은 어디서 구했느냐"는 등 비꼬는 댓글이 달렸다.

그의 발언이 알려진 후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두 주가는 지난 7일(현지시간) 4%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 취 부사장은 문제의 영상들을 모두 삭제하며 "부적절한 영상으로 우리 회사의 가치관과 기업문화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발생한 점 사과드린다"며 "의사소통 방식을 개선하고 동료들을 더 많이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두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취 부사장이 촉발한 분노는 중국 IT 분야의 근무 환경이 악명높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과거 사람들이 '996 근무 문화'를 하게 되는 것은 '축복'이라고 했던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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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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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근무 강요는 불법이지만 중국 IT 업계에서는 '996 근무제'가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996 근무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출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에는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와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 업체 웨이신,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직원이 잇따라 사망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후 중국 최대 에어컨 생산업체인 그리(Gree)가전 회장인 둥밍주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가 같은 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996 근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검찰이 혹사당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공익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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