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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총선 정책 비교 시의적절…사회구조적 변화 깊게 들여다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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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5월 정기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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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4년 5월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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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가 지난 1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2024년 5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정연우 위원장(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주재로 열린 회의에 김봉신(여론조사기업 메타보이스(주) 이사), 김소리(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김지원(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승환(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조상식(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박은정(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정은숙(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냈다. 경향신문에서는 구혜영 정치부문장이 함께했다.

22대 총선 전날 내놓은 정책 비교 기사가 독자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총선 후 공천 문제 등을 다룬 기획 시리즈도 시의적절했지만, 분석이 정밀해야 편향성 논란을 피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4월18일자 <그 많던 총선 현수막 어디로>는 환경 문제가 정치 의제화하지 못한 현실을 잘 부각한 기사로 꼽혔다. 독자위원들은 경향신문의 가치를 잘 드러낸 <돌아간 ‘베트남 아내’들> 기사처럼 우리 사회 인권 감수성을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획 시리즈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4월에도 플랫팀의 콘텐츠나 ‘여성복 프리사이즈’ 기획 등 젠더 기사가 호평을 받았다. 다만 무기 수출 문제 등을 산업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기사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제언이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금융감독원의 새마을금고 검사 등의 후속 보도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과 맞물린 사회구조적 변화를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당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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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식 = 오피니언면은 박정희 동상, 전태일 기념관, 노동 입법, 경제민주화 등의 키워드로 진보적 관점을 담은 글이 많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적 사설과 외부 칼럼이 많았는데 ‘이재명 지킴이’ ‘유일 체제’ ‘다수당 횡포’라는 클리셰적(틀에 박힌) 표현이 나온다. 이 대표 공약인 민생회복지원금도 포퓰리즘이라고 썼는데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경제학 교수들도 있고, 소비 진작 차원에서 토론의 여지가 있음에도 기사가 너무 단호했던 것 같다. 공천부터 총선 평가까지 민주당 비판으로 기울어진 관점이 일관되게 이어진 것 같다. 총선 시기 고3 유권자의 정치활동이 학칙 미비로 제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기사는 시의성도 있고 내용도 충실했다. 학교폭력 담당 업무를 교육공무원들이 기피한다는 기사도 현실을 잘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대학의 합격 점수가 낮아졌다는 기사에서 사교육 전문가를 통해 원인이 ‘교권 추락’이라고 규정했는데, 복합적인 사안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충남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됐는데 법률적 쟁점에 대한 후속 기사가 필요할 것 같다. 하이브 사태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기사는 인상주의적으로 판단했는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

■김봉신 = 총선을 하루 앞두고 각 정당의 정책을 공들여 정리한 기사가 투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좋았다. 4월26일자 이관후 정치학자의 칼럼 <시대정신이 사라진 나라>는 방향을 상실한 한국 정치를 잘 평가한 글이라 공감이 컸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한국갤럽 조사에서 23%로 떨어진 건 엄청난 사건인데 보고서 내용을 전하는 데 그쳤다. TK·보수 지지층도 등을 돌린 셈인데 레임덕 수준의 결과라는 점이 강조되지 않았다. 총선 후 <4·10 총선 돌아보기> 기획은 아쉬웠다. 우선 4월29일자 <애증의 2030세대>에서 청년들의 무당층 비율이 높은 것을 비판적으로 다뤘는데 이 세대의 무당층 비율이 높은 건 민주당, 국민의힘 둘 다 싫은 청년이 많은 것뿐이다. 2030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식의 꼰대 프레임을 걷어내야 한다. 또, 국민의힘 지지율 분석에서 “코어 지지층인 20대 남성”이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20대 남성이 핵심 지지층이 아닐뿐더러 지난해 하반기 이미 20대 남성의 대통령 국정 긍정률이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빠졌다. 4월24일자 <작동 멈춘 준연동형 비례제>에서 선거제 논의를 시민 공론화위원회 등에 맡기자고 한 제안은 타당하지만 위성정당을 창당한 거대 양당의 반개혁적 속성을 세밀하게 드러내지 못했다. 4월22일자 <망가진 시스템 공천>에서 민주당의 ‘비명횡사’ 공천을 비판하려면,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2월 말 민주당 공천 평가가 나빴다가 3월에는 왜 양당 공천에 대한 평가가 비슷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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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 4월22일자 <BTS 앨범 속 이 푸른 바다는 이제 없다>는 기사는 삼척 해변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는 문제를 다뤘는데, 이미 인가가 나서 2050년까지 가동된다는 것 아닌가. 선거 때 구체적 대안들이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4월1일자 <새마을금고, 금감원 검사 받는다>는 후속 보도가 필요한 사안이다. 행정안전부 관할인 새마을금고를 금융감독원이 어떻게 다룰지, 새마을금고가 어떻게 나아질지 등 쟁점이 흐지부지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달에는 세월호 10주기 기사도 많았는데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4월16일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문제를 다룬 기사의 경우 ‘3고’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한국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접근이 있었으면 좋겠다. 뉴노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을 주겠다는 건데 4월28일자 칼럼 <25만원씩 다 준다고요?>는 이에 반대하는 내용이다. 최근 기사 중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법인세 0원’이라 세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들을 쓰는데 어폐가 있다. 다른 방식으로도 세금은 낸다. 경향신문다웠던 기사는 4월16일자 <기후위기가 몰고 온 기호위기>였다. 커피·코코아값을 말하면서 기호 글씨를 갈색으로 표현한 디테일도 좋았다. 4월23일자 송기호 변호사 칼럼 <론스타 등에 5500억 주지 않으려면>은 기후위기를 경제적 측면에서 진정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여서 긍정적이었다. 4월29일자 기획 <돌아간 ‘베트남 아내’들>도 다문화 혼인 문제를 통해 여성인권과 아동교육 문제를 다뤄 흥미로웠다. 4월18일자 <그 많던 총선 현수막 어디로…재활용 공장엔 한 장도 안 와> 기사는 사회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선거라는 행위가 환경적으로는 얼마나 허탈하고 아이러니한지를 잘 보여줬다.

■김지원 = 총선과 관련해 각자 1호 법안을 무엇으로 할지를 다룬 당선인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었다. 4월19일자 장애인의날 기획 <‘장애’를 지우는 교실> 기사가 좋았고, 4월22일자 <뽑기만 하고 지원은 없는 현실 장애교원 배려>라는 기사는 교육현장 부조리를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전달해서 좋았다. <4·10 총선 돌아보기> 기획에서 공천 문제를 되짚고, 사례를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당원·정당 중심 정치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면 정치에 가깝지 않은 사람들도 큰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4월19일자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취지 알지만…살길 막막한 노동자들>은 환경 이슈만 조명되고 노동자들은 소외되는 문제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4월24일자 <‘가사는 여성, 가족 부양은 남성 몫’ 경제 불평등에…이 생각 도로 늘었다>는 결론을 만들어놓고 끼워맞춘 기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다영 교수가 “코로나 시기 여성의 독박 양육이 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보수화된 측면이 있다”고 했는데 근거가 없다. 경제적 불평등이 성역할로 연결되는 전제조건도 없고 ‘여성이 보수화됐다면 남성은 왜 보수화됐지’라는 질문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4월8일자 과학면 <온몸으로, 날아가오리다> 기사는 동체·날개 일체형 비행기 개발이 늘고 있다는 내용인데 과학적으로 얼마나 새로운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4월22일자 최태현 서울대 교수의 칼럼 <기억은 공간을 통해 이어진다>는 공적 공간의 역할과 의미를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연결해 풀어낸 세련된 칼럼이었다. 4월8일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의 칼럼 <재난·산재도 선거공보물처럼>도 유가족의 알권리를 사회적 인정의 문제로 연결한 훌륭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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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리 = 여성서사 아카이브 ‘플랫’이 총선과 관련해 젠더 관점에서 볼 만한 문제들을 다뤘고, 그중에서도 소소한 일상의 기사들이 좋았다.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정치를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플랫 입주자 프로젝트의 일환인 <진도믹스견과 산책하는 여자들>의 기획 의도가 인상적이었다. 동물도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어서 여성 차별 문제와 맥을 같이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서 좋았다. ‘무수의 편지’ 배달부 홍슬기씨를 소개한 기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돋보였고, 이서수 작가의 <마은의 가게>라는 소설과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일상의 폭력을 다룬 기사도 좋았다. 4월9일자 <‘프리사이즈’ 여성을 재단하다>는 여성복 프리사이즈를 통해 성별 고정관념 문제를 다뤄 의미 있었다. 4월26일자 <아동 성교육도 ‘사교육’에 기대야 하는 나라> 기사는 공공영역에서 성교육이 실패하니 학부모들이 사교육 업체를 찾게 된다는 얘기였는데 돌아봐야 할 현상을 잘 짚었다. 정부 입장, 관련 입법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4월30일자 <‘나는 솔로’ 옥순이만 보고 싶어…AI가 추려줍니다>에선 KT의 매직플랫폼이라는 솔루션을 소개했는데 ‘옥순’이 외모가 부각되는 캐릭터라 남성중심적 시각이라는 점에서 불편했다. 세심하게 신경 썼으면 좋겠다.

■정은숙 = 4월9일자 기획기사 <‘프리사이즈’ 여성을 재단하다>는 획일적 미의 기준과 상품 편의라는 사실을 적확하게 밝히고 소비자에게 능동적인 태도로 몸에 맞는 옷을 찾아야 할 가치와 명분을 일깨워 인상적이었다. 옷의 과잉생산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적시도 적절했다. 김건희 여사의 ‘나홀로 투표’를 다룬 4월11일자 <여적>은 총선 의미와 향후 법적 조치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유익했다. 4월15일자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의 <20년 드라마의 비극적 대단원>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녹색정의당의 현재를 분석하고,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 진보정치에 대한 글로, 진보정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 필자의 희망이 잘 전달된 칼럼이었다. 4월18일자 <그 많던 총선 현수막 어디로> 기사는 여느 신문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내용이었다. 버려지는 총선 현수막이 재활용 공장에 한 장도 넘어오지 않았다는 기사를 통해, 환경 문제가 정치 현안이 되지 않는 현실을 일깨웠다. 4월25일자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는 후속 보도가 기대되는 놀라운 기사였다. 프로젝트 기획자 김준영씨가 전국 법원에 성과 본 변경청구서를 제출한 결과, 수원가정법원이 변경심판에서 어머니 성으로 변경을 허가한 내용이었다. 경향신문만 쓸 수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같은 날 장애인 차별에 맞서 머리를 깎는 현장 사진으로 비장애인의 인식 전환을 추동한 정효진 기자의 ‘금주의 B컷’이 눈에 띄었다.

■정연우 = 4월10일자 <투표소 가기 전 ‘정책 궁합’ 맞춰볼까> 기사는 정책 선거를 강조해 매우 유익했다. <총선 돌아보기> 시리즈도 표심 복기에 그치지 않고, 그 절차나 과정이 어떻게 작동됐는지 등 핵심을 잘 짚었다. 다만 마지막 회차에 총선 과제를 좌담 등을 통해 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장애인의날 전후해서도 장애인의 교육 문제와 이동권 문제 등 사회적 약자 목소리를 잘 반영했다. 4월5일자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의 특수학교 신설 취소 공약 폐지를 눈물로 호소하는 학부모들 사진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4월29일자 <돌아간 ‘베트남 아내’들> 기획도 경향신문의 가치를 잘 드러냈다. 돈으로 맺어진 다문화 혼인은 약자에 대한 국제적 착취이면서, 인적·경제적 착취이다. 또 다문화 교육도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 강제적으로 동화시키려는 측면에서 문제적이다. 우리 사회 인권 감수성에 대한 성찰을 제기하는 기사가 이어지면 좋겠다. 무기 수출을 산업 관점에서 들여다본 4월17일자 기획 <가성비 날개로 이륙하는 ‘K방산’>은 경향신문답지 않았다. 평화와 공존 협력을 통해 군비 경쟁을 반대해야 하는데 경제산업 논리로 접근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해야 한다. 노동절 기획 <노동법 밖 노동자>도 시의적절했지만 노동 이슈를 더 확장했으면 좋았겠다. 한국 사회의 노동 폄하 분위기 속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삶을 어떻게 다룰지 논의해야 한다. 세대별 노동 인식 변화, 사회·경제적 보상의 격차를 짚었으면 좋겠다. ‘3고’에 시달리는 경제 문제도 삶 전체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재조정되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박은정 = 뉴콘텐츠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그루’의 활동이 인상 깊었다. 이색 투표소, 길거리 유세 왜 하는 걸까 등 시의성 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깊이 있는 콘텐츠가 의미 있었다. 특히 <안녕하세요 불방된 KBS 세월호 다큐 주인공입니다>라는 제목의, 불방된 KBS 세월호 다큐의 주인공 인터뷰는 유튜브와 함께 지면과 온라인 기사로 전달된 점이 좋았다. 다만 지면 기사에 QR코드 등을 통해 콘텐츠 안내가 되지 않아 아쉬웠다. 4월23일자 기사 <공공이 외면한 마약중독 치료,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졌다>는 마약재활센터 경기 ‘다르크’ 해체로 짚어본 마약중독 회복 치료에 대한 내용이 유익했다. 센터장 1인의 폐쇄적 운영, 공공 운영 재활시설 부재, 지역사회의 님비 현상 등 다양한 문제들을 잘 드러냈다. 4월17일자 <그 많던 총선 현수막 어디로…재활용 공장엔 한 장도 안 와>는 심각한 정당 현수막 문제를 담은 시의적절한 기사였다. 다만 국회, 정당, 후보자들 책임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해당 내용이 지면에 빠진 점은 아쉬웠다. 4월18일자 오피니언 <용감한 자에게 행운이 깃든다>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영화 <존 윅>에 빗댄 칼럼인데 한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개인적이라 부적절했다. 4월4일자 푸바오 중국 귀환 소식을 다룬 기사들은 푸바오 열풍 이면에 주목해야 할 동물원 문제를 함께 다뤄 균형감이 돋보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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