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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NH농협금융 지배구조 ‘복마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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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손보려는 농협중앙회


최근 금융감독당국은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개정안의 골자는 비금융 계열 금융회사 임원이 금융 계열사 이동할 때 사전 검토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비금융회사 상근임원이 금융회사 임원을 손쉽게 겸직하거나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 간 지배구조를 손보려다 나온 대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돈다. 금융감독당국이 최근 진행한 농협금융지주 금융 사고 수시 검사 과정에서 중앙회 임직원이 농협금융 계열 임원 혹은 지점장으로 발령받은 뒤 사고가 터지는 일이 잦다고 결론 내린 후 나온 대책이라는 후문이다. 이런 일이 터지는 이유는 당연히 전문성 부족이다.

그뿐인가. 금감원은 수시검사에 이어 5월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정기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 관련 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이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경이코노미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제공)


농협금융 사고 얼마나 심각?

4년간 109억 횡령해도 깜깜

594억원(264건).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일어난 단위 농·축협(지역)·농협은행에서 일어난 횡령 사고 규모(홍문표 국민의힘 국회의원실)다. 문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도 한참 있다가 사고를 인지한다는 점이다. 횡령 규모 상위 10개 사고 분석 결과 적발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년 3개월이었다. 그사이 해당 직원이 잠적하거나 이직해버리면 더더욱 적발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3월 벌어진 109억4733만원 규모의 농협은행 영업점 금융 사고 역시 이와 같은 패턴을 따라갔다. 해당 지점 직원 A씨는 금융 업무가 미숙한 귀화 외국인이 갖고 있던 2억원짜리 펀드를 무단해지해 횡령했다. 또 개인 사업자 대출을 취급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직원은 과거에도 금융 사고를 냈던 이력이 있지만 통제되지 않았다. 특히 A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4년 8개월 동안 범행했음에도 적발되지 않아 충격을 줬다.

이 밖에도 신용카드 결제 대금 약 3억원을 상환하기 위해 전산을 조작한 농협은행 직원 비위 행위, 지역농협의 청각장애인 예금 유용 등 금융 사고 사례는 흐르고 넘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농협은행은 자체 자정 노력을 하는지 의문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내부통제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준법감시부서 인력 비중에서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평균, 금감원 기준치보다 낮았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농협은행 준법감시부서 인력은 53명으로 전체 임직원 수(1만6112명)의 0.33%에 그쳤다. 참고로 금감원 기준치는 0.4%다.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이 수치를 맞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 조직 특유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온정주의 문화가 퍼져 있다 보니 내부 자체 감사를 느슨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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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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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 벌어지나

내부통제 구멍 숭숭

농협중앙회 산하 지역농협,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의 금융 사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당국은 그 원인을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데서 찾는다.

참고로 농협중앙회에는 정관에 ‘중앙회 전무이사를 의장으로 하는 인사교류심의회에서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농협금융지주 등 사업 부문 간 인사 교류 사항을 정한다’는 문구가 있다. 중앙회가 인사 교류, 즉 중앙회, 금융지주 교차 배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농협중앙회가 산하 경제사업 담당 직원을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쪽으로 발령해도 정관상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이를 감시하거나 반대할 규정 장치도 현재까지는 뾰족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농협은행이나 단위 농협 사고를 보면 전문 금융 지식 없는 중앙회 출신이 지점장이나 중간 간부로 있는 경우가 다수였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인사 결정 과정이 작동하는 이유는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에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100% 대주주는 농협중앙회다. 회장 등 주요 임원 인사권은 사실상 중앙회가 쥐고 있다. 그러니 산하 금융 계열사 인사에도 자연스레 관여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 통제는 농식품부가 하고, 금융지주는 금융위원회가 관장한다는 것. 그러면 중앙회 인사가 연루된 금융지주 계열사 사고 감독 권한은 어디에 있을까?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감사권이나 책임·권한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에 더해 농협금융지주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하다 중앙회와 충돌했을 경우 누구 힘이 더 셀까? 실제로 이런 문제가 최근 불거졌다. 농협금융 계열사(NH투자증권) CEO 선임 과정에서 강호동 중앙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간 갈등이 대외 공개되면서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합리적 지배구조와 상식적 수준의 조직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금융당국 공통의 생각”이라며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NH농협지주 경영진 입장에 부합하는 인물이 CEO로 선임, 갈등은 봉합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 등 지주 경영진 선임까지는 대주주인 중앙회 입김이 작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지만 계열사 인사에 중앙회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5조 ‘주요 출자자는 경제적 이익 등 반대급부 제공을 조건으로 다른 주주와 담합해 지주사 등의 인사 또는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조항이 그 근거다.

금감원 중앙회 간접통제 가능?

5월 정기검사서 따져볼 듯

최근 새마을금고의 지역금고 부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통제당국을 종전 행안부 외 금감당국까지 추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짙다. 농협중앙회 산하 지역 단위 농협도 실제 예금, 대출 업무를 관장하니 금융감독당국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국정감사 때마다 이 현안은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금감원은 이참에 이번 정기검사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으로 중앙회 관련 위법 사항을 들여다보며 금융지주법상 중앙회가 직간접적으로 부당 개입해 손실을 끼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최대한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농협중앙회가) 신용 사업과 경제 사업이 구분돼 있다고는 하지만 농협 특성상 그것이 명확한지는 조금 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금산분리 원칙과 내부통제, 규율통제 같은 것들이 흔들릴 여지가 있어 챙겨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8호 (2024.05.08~2024.05.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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