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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루마니아 대통령 방미… 나토 새 사무총장 '교통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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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니스 "20년간 나토 회원국으로서 헌신"

미국 등 나토 회원국 다수 "뤼터 총리 지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차기 사무총장 도전을 선언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나토의 맹주에 해당하는 미국에서 자신과 루마니아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현재 나토 사무총장직을 놓고 요하니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경합 중인데 ‘뤼터 총리가 우세하다’는 견해가 대세다. 마침 방미 기간 요하니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가운데 나토 사무총장에 관한 모종의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계일보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유력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수여하는 ‘뛰어난 지도자 상’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요하니스 대통령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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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니스 "20년간 나토 회원국으로서 헌신"

요하니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수도 워싱턴에 있는 유력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이 수여하는 ‘뛰어난 지도자 상(賞)’을 받았다. 이 상은 북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 간의 우호 증진에 공헌한 지도자에게 주어진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수상 기념 연설에서 “애틀랜틱카운슬이 주는 권위있는 상을 받게 되어 무척 영광스럽다”며 “이 상을 모든 루마니아 국민들, 그리고 루마니아·미국 간 협력과 우정에 바친다”고 말했다.

마침 올해는 루마니아가 나토에 가입해 북대서양 동맹의 일원이 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루마니아는 냉전 종식과 소련(현 러시아) 붕괴로 공산주의 독재에서 벗어나 뒤 2004년 불가리아 등 다른 동구권 국가들과 함께 나토 회원국 지위를 획득했다. 이를 의식한 듯 요하니스 대통령은 “내게 주어진 이 상이야말로 (나토 가입 후) 20년간 루마니아가 발휘한 국제적 리더십의 증표”라며 “나토 구성원이자 미국의 파트너로서 루마니아의 자랑스러운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북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안보와 가치, 협력을 위해 헌신해왔다”고 덧붙였다.

루마니아가 나토 가입 후 회원국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점, 따라서 자신이 나토의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현 나토 사무총장의 임기는 오는 10월이면 끝난다. 미국은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후임 사무총장이 정해지길 희망한다.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의 다수결 투표가 아닌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선임돼 온 것이 그간의 관행이다. 앞서 소개했듯 현재 요하니스 대통령과 더불어 뤼터 총리가 사무총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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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왼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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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나토 회원국 다수 "뤼터 총리 지지"

그 때문에 전날인 7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요하니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논의 내용에 눈길이 쏠린다. 회담 후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루마니아가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지역의 안보 강화에 기여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루마니아가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써야 한다’는 나토의 권고를 오랫동안 성실히 이행해 온 점에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나토 사무총장 인선에 관한 대화가 있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나토 차기 사무총장으로 뤼터 총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나토의 맹주인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튀르키예 등 다른 주요국들도 뤼터 총리 편에 섰다. 나토 32개 회원국 가운데 요하니스 대통령을 선호하는 나라는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이 요하니스 대통령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뤼터 총리한테 힘을 실어달라’는 부탁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면서 루마니아를 비롯해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직면한 동유럽 국가들을 미국과 나토가 철통같이 방어하겠다고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7월 이전에 후임 나토 사무총장을 정하기 위한 일종의 교통정리 시도인 셈이다. 앞서 요하니스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직 도전 의사를 밝히며 “러시아에 맞서는 나토 최전선인 동유럽 동맹국들에 나토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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