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도시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붕괴된 주택에서 가재도구를 챙겨 내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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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만약 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한다면 지금까지 다른 도시들을 다루는 데 사용했던 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양국 관계의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미국 대학가에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되면서 대선을 앞둔 바이든의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가자 지구 남단의 국경 도시 라파에는 피란민 140만 명 이상이 밀집해 있다. 라파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CNN은 “가자에서 민간인이 (미국이 제공한) 폭탄과 다른 공격 방법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는 바이든의 발언을 두고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명백히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세로 지금까지 3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에 반대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일부 무기 전달을 중단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보호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라파에서의 중대한 공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왔다”며 “우리는 고폭발성 탄약 1회분 수송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무기) 수송을 어떻게 진행할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번 무기 공급 중단이 라파 진격을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CNN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 그들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라파에 대한 전면전이 미국의 레드라인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에 대해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의 하나인 양국의 76년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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