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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尹 ‘부인 처신’ 뒤늦은 사과, 부인 문제 재발 방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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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선 “저의 국정 운영이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 평가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고 총선 패배도 ‘내 탓’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날 회견은 취임 100일 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으로 내·외신 기자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즉석에서 문답이 오갔다. 특별히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나 쟁점에 대한 구체적 설명, 특검 등에 대한 파격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늦지 않게 이런 자리를 가졌다면 윤 정부에 대한 국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만시지탄이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로 진상 규명이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고 납득이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다.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비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해병대의 진상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경위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서도 “정치 공세”라며 거부했다. 주가조작은 문재인 정부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못했던 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잘못된 처신이 거듭되고 윤 대통령이 이에 잘못 대처하면서 국민들 의구심과 반감이 커졌다. 앞으로 이 문제는 계속 현안이 될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연금 개혁 문제를 방치했다”며 임기 안에 대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서도 야당과 공감 속에 로드맵에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징벌적 과세로 인한 부동산 시장 왜곡을 막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지원 의지도 밝혔다. 연금·노동·교육·의료·규제 개혁은 나라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도 협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을 보고 그동안 왜 회견을 피해왔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정도라도 설명을 하면 국민 분노나 의구심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그것을 꽉 막아왔고 쌓인 압력이 총선에서 터진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다시는 김 여사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문제가 재발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내부 감시 체제를 만드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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