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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폴더폰·MP3 ‘그때 그 감성’ 드라마… 2030 시청자 TV 앞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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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선재 업고 튀어’ 열풍

조선일보

‘선재 업고 튀어’의 선재(왼쪽)와 솔(가운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거리 응원 분위기를 재현했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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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을 하는 주인공을 따라 시청자도 현실을 잊고 과거로 떠난다. 때는 2008년 고등학생 시절. 싸이월드와 2G 폴더폰이 등장한다. 비디오 반납을 독촉하는 대여점 주인, 감성 발라드가 흘러나오는 MP3. 불과 10여 년 사이 사라진 것들이 아련한 추억을 불러온다.

시청자 기억 속 ‘그 시절 그 감성’을 다시 살려낸 드라마가 인기다. 2000년대 초반을 그린 ‘선재 업고 튀어’(tvN)는 리뷰 사이트 키노라이츠의 콘텐츠 통합 순위에서 ‘범죄도시4′ 다음으로 2위를 달리며 20~40대 시청자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앞서 1980년대 배경의 OTT 드라마 ‘소년시대’(쿠팡플레이)가 중장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데 이어, 옛 감성을 되살린 드라마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메마르고 폭력적인 드라마들 사이에서 옛 시공간을 다룬 작품들은 대체로 훈훈하고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전체 16화 중 10화까지 공개된 ‘선재 업고 튀어’는 본방 시청률은 4%대지만, 소셜미디어 관련 영상 조회가 3억5000만회를 넘어섰다. 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 솔(김혜윤)이 자신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줬던 스타 선재(변우석)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그를 살리려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 학생들의 헤어스타일부터 집 안 가구, 동네 모습까지 그 시절을 다시 보는 느낌에 더해 연예인 ‘덕질’의 추억까지 상기시켜 당시 학창 시절을 보낸 시청자에게 특히 공감을 얻었다. 싸이월드를 ‘염탐’하다가 ‘방문자 이벤트’에 당첨돼 방문 사실이 드러나는 등 세세한 기억을 재미있게 끄집어 낸다. tvN을 운영하는 CJ ENM의 박상혁 미디어사업본부 채널사업부장은 8일 “TV에서 멀어졌던 2030 여성 시청자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도 몰입감이 높다. 장르는 로맨스지만, 여자 주인공이 몰랐던 사실들이 시간 여행을 통해 하나둘 밝혀지면서 서스펜스가 이어진다. 눈부시고 예쁜 청춘을 연기한 두 주연 배우의 몫도 크다. 선재를 잃어본 솔은 과거의 어린 선재에게 애틋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언제나 솔을 향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해 온 선재를 두고 ‘선친자’(선재에게 미친 자)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소년시대’가 대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선재 업고 튀어’도 국내 OTT 티빙 외에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 공개되면서 해외 반응도 뜨겁다. 세계 영화 비평 사이트 IMDb 평점 9.2에, 공개 첫 주 133국 1위를 하기도 했다. 그 시절 한국 감성을 알 리 없는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이를 두고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떠올리는 시청자도 많다. ‘상견니’ 역시 시간 여행 소재로 1990년대 등을 그려 로맨스와 옛 감성이 어우러졌던 드라마. 한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였다. 김헌식 평론가는 “‘선재 업고 튀어’는 만국 공통으로 좋아하는 말랑말랑한 로맨스물이라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것 같다”며 “‘레트로’는 해외에서도 통하는 키워드”라고 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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