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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아이비리그에 등장한 고무탄과 총 [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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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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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미국 대학가에서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가 확산중인 7일(현지시각) 미국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학생들이 교내 건물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독자제공)2024.5.7/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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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촉발된 베트남전 반전 시위. 미 전역으로 순식간에 퍼져 그해 11월 '베트남전 철수' 공약을 내건 공화당 닉슨 후보를 당선시켰다. 56년 만에 미 전역 대학에서 반전 시위에 불이 붙자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트남전 반대 시위 때 점거됐던 컬럼비아대학 해밀턴홀이 다시 점거됐고, 경찰은 사다리차와 전기톱을 동원해 진압했다. 50여개 대학에서 2300명이 넘게 체포됐고 18세 미만의 고교생까지 시위에 가세한다. UCLA 등 일부 대학에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충돌해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콜럼비아대학 시위 진압 과정에선 경찰이 섬광탄, 고무탄을 쏘고 총까지 발사한 것으로 전해져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다. 가자지구가 '바이든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최근 세계 곳곳 대학가에 들불처럼 퍼진 반전 시위는 1960년대 베트남 반전시위와 달리 '친팔레스타인', '반유대주의' 성향이 포착된다. 반전 시위를 온전히 지지하기 불편한 대목이다. 반전(anti-war)과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유대인 혐오)는 엄연히 다른 용어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 회의까지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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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IF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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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시위가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서 또 다른 혐오를 부추긴다면 의도와 달리 가자지구 분쟁 해결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의 반전 시위에는 하마스의 독재를 혐오하는 대다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빠져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사람들의 동의 없이 가자지구 전체를 전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몇 달 전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의 무능한 독재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했었다.

가자지구에서 자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아흐메드 푸아드 알카팁은 아부다비 신문 더내셔널(The National)에 "이스라엘 전쟁으로 인해 우리 가족 31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하마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기고했다. 2002년 3월 두 국가 해법을 위해 아랍연맹 최초로 이스라엘과 평화회의(Arab Peace Initiative)를 열자 이에 반대해 회의 직후인 유월절 첫날 자살 폭탄 테러를 벌였던 하마스다.

하마스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두 유일한 해결책인 '두 국가'(two states) 해법을 반대하는 점은 중동 평화의 걸림돌이다.

유대인이자 중동지역을 수십년간 취재해온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지금 실용적으로 필요한 것은 혐오를 부추기는 게 아니라 평화를 위한 파트너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일침한다. 아브라함이니셔티브(Abraham Initiatives)나 뉴이스라엘펀드(New Israel Fund)처럼 아랍과 유대인 간 이해를 높이고, 하마스를 대신해 새 세대가 팔레스타인을 이끌 수 있게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을 거부하고, 포용하는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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