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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광주 이어 화순도 ‘정율성’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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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군가 작곡 북한군 장교로 6·25 남침 가담

조선일보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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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鄭律成·1914~1976)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올 초 광주광역시가 정율성 생가에 조성 중인 ‘정율성 공원’ 등에서 ‘정율성’이라는 이름을 빼기로 한 데 이어, 모교인 전남 화순군 능주초등학교에 있던 흉상도 최근 철거됐다.

광주 출신의 정율성은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뒤, 1945년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군 장교로 6·25 남침에 가담했다. 이후 중국으로 귀화해 음악가로 활동했다. 작년 8월 박민식 당시 보훈부장관은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북돋운 팔로군 행진곡과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직접 남침에 참여해 우리 체제를 위협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화순군은 지난달 30일 능주초에 설치된 정율성 ‘흉상’과 ‘기념 교실’을 철거했다. 이 학교 총동문회 등은 지난 3월 철거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응답자의 90% 이상이 철거에 찬성했다. 이에 군과 능주초는 관련 기념물을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제거할 수 있는 흉상과 기념 교실부터 철거했고, 학교 벽면에 설치된 대형 벽화는 행정 절차를 마치는 대로 제거할 계획이다. 정율성의 생가 모양을 본떠 만든 전시관도 조만간 폐쇄한다.

앞서 고향 광주에선 10여 년 전부터 정율성 기념사업이 추진됐다. 광주시는 2009년 ‘정율성로(路)’를 만들었고, 1996년 시작한 ‘광주성악콩쿠르’를 2005년부터 ‘정율성 음악 축제’로 바꿔 개최했다. 이어 전시관과 기념 공원 조성 사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철거 요구가 일어났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율성을 뺀 이름으로 공원과 전시관을 내달 초 개관할 예정”이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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