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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인터뷰] 미얀마 출신 노동자가 한국서 투쟁하는 이유… “미래 세대는 쿠데타 모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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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고통과 희망 공존하는 미얀마
한국에서 6년째 일하며 미얀마 반군 지원
미얀마 돌아가면 군부에 체포 가능성 높아

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목요일마다 함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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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면서 미얀마 민주화를 돕는 아웅민(왼쪽 첫 번째)이 지난달 태국 매솟을 찾아 미얀마 피란민들에게 구호 물품과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아웅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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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으로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이 있어 ‘봄의 혁명’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하다. 한국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는 약 3만 명, 이 가운데 상당수도 고국의 민주화에 힘을 보탠다. 이들은 타국에서 힘들게 번 돈을 기꺼이 기부하고, 미얀마 상황을 한국에 알리려 휴일을 반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일하며 미얀마 저항군·피란민 지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아웅민(37)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속 미얀마 투사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유선으로 이뤄졌다.

3년간 자금 기부·군부 반대 시위 이어와


아웅민은 2018년 6월 한국 땅에 첫발을 디뎠다. 그간 조선소, 건설 사무소, 에어컨 부품 제조 업체에서 일하며 ‘코리안 드림’을 키웠다. 고국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것은 한국 생활 4년차이던 지난 2021년 2월 1일 아침이었다. 그는 “출근길 페이스북을 통해 쿠데타 발발과 아웅산 수치 여사 체포 소식을 봤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53년 만에 군부 독재를 끝내고 어렵게 탄생했던 민주 정부가 또다시 군홧발에 짓밟힐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미얀마 지원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수백 명은 3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주 주말마다 서울, 경기, 인천, 김해 등에서 군부 퇴진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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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민(맨 왼쪽)과 미얀마연방민주주의승리연합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인천 부평에서 미얀마 민주화 염원이 담긴 영화 '더 웨이' 상영 행사가 끝난 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아웅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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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국,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과 모금 활동도 진행한다. 자금은 미얀마 현지에서 싸우는 시민방위군(PDF)과 활동가, 피란민들이 음식, 물, 의약품을 사는 데 사용된다. 아웅민 역시 매달 200만 원 이상을 후원한다.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며 번 돈이다.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 대부분을 보내지만, 민주주의를 되찾는 데 쓰인다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이룬 한국인, 관심 가져달라”


아웅민과 미얀마 노동자들이 이역만리에서 군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그는 “언젠가 다시 돌아가게 될 고국이 한국처럼 민주주의가 보장된 나라이길, 그리고 미래 세대는 쿠데타를 모르고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누리며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투쟁이 쉽지는 않다. 쿠데타 군부가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비자 만료로 미얀마에 돌아갈 경우 체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가 2007년 ‘샤프란 혁명’ 당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한 전력이 있고, 현재도 시민군을 지원하고 있어 군부 감시망에 오른 탓이다.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잠시 미얀마 고향에 간 또 다른 이주노동자가 군정에 붙잡혀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민주화 단체에 지원금을 보냈다는 게 구속 이유였다.

그러나 위협에도 군정에 맞서려는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아웅민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싸움은 지난 3년간 힘이 빠지지 않았다”며 “미얀마의 봄이 올 때까지 지원을 멈추지 않겠다. 먼저 민주주의를 이뤄낸 한국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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