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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고개숙인 엔화, 아시아 통화 전쟁 부르나…위안화 광폭 행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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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대비 32년 만에 최저치… 한국·대만도 수출 경쟁력 압박

머니투데이

엔화 가치가 장중 달러당 34년 만에 160엔대를 넘어선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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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아시아의 통화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180까지 떨어지면 저가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며 아시아 통화의 동반 추락을 부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자칫 신흥 시장 전체의 '매도'를 부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지난달 말 34년 만에 최저치로 빠지며 일본 통화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 가운데 한국과 대만은 물론 중국까지 통화 전쟁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주변국이 극단적 조치를 취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아시아 태평양 글로벌 시장 책임자인 렌리 퀙은 "오랫동안 '경쟁적' 평가절하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엔화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인다면 (아시아 지역 통화가) 훨씬 더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엔화가치 하락은 가까운 한국와 일본 등 경쟁국가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엔화 가치는 4월 말 위안화 대비 199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2008년 이후 원화 대비로도 16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며, 대만 달러 대비로는 31년 만에 최저치다.

맨유라이프의 박기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통신에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경쟁적 평가절하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나머지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엔화 가치가 달러당 170~180 수준으로 하락하면 아시아뿐 아니라 신흥시장 통화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달러 강세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이머징 시장 전체에서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며 "신흥시장 전체가 폭락하고 이로 인해 국채는 반등하는 반면 주식을 파는 리스크 오프(risk off·위험해제)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아르준 비제이도 "가장 직접적으로 엔화 약세는 한국 원화, 대만 달러 등 다른 아시아 외환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1990년대 후반의 통화 위기 때와 달리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늘렸고 금융 부문에 대한 감독도 강화해 외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게 봤다.

변수는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중국이 위안화를 어떻게 관리할지다. 중국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극단적으로 위안화를 평가 절하할 수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롬바드 오디어 홍의 아시아 태평양 최고투자책임자(CIO) 존 우드는 "엔화 약세에서 우리는 특히 중국의 상대적 경쟁력 수준에 대해 우려한다"며 "아시아 시장에서 집중할 리스크는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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