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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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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이어 소프트뱅크도 결별 공식화…반일·반한 감정 고조에 더 난감해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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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일부 매각 최후 시나리오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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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신저 라인과 일본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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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키운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을 놓고 일본 정부가 지분 매각을 압박한 데 이어 라인야후, 소프트뱅크가 결별을 공식화하면서 '네이버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인야후 사태가 한일 외교 이슈로 떠오르고 양국의 반일·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중장기 경영 관점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할 네이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인야후·소프트뱅크, 네이버와 결별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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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지분 구조.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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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소프트뱅크 실적 발표를 전후해 회의를 소집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네이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본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은 네이버의 기술로 탄생했다. 네이버는 2019년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을 선언하고 2021년 합작회사인 A홀딩스를 세웠다. A홀딩스는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 등을 서비스하는 상장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64.5%)이고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라인을 현재 운영하는 라인야후는 전날 네이버로부터 기술 독립을 선언했다. 라인야후는 "기업 내부 시스템과 네트워크 운용은 물론 서비스와 사업 영역에서도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라인야후는 NHN 재팬 시절 메신저 라인 개발을 주도해 '라인의 아버지'로 불렸던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사내이사에서 빼고 전원 일본인 경영진으로 이사회를 메웠다. 라인야후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신 CPO를 물러나도록 한 것은 '일본 내 라인 국적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라인 메신저로 소통을 하고 야후로 뉴스를 보고 정보 검색을 한다"며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합친 수준의 사회 인프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도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를 명분으로 삼아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대표는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라인야후의 요청에 따라 네이버와의 자본 재검토를 협의 중"이라며 "7월 초를 목표로 협상 중이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도 전날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청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난감한 네이버,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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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가운데) 네이버 대표가 지난달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 참석해 곽노정(오른쪽) SK하이닉스 대표, 류수정 사피온코리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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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반드시 내다 팔아야 할 의무는 없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프트뱅크가 지분 구조 논의를 요구해 와도 네이버가 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 개발자들이 만든 라인 서비스에 대한 기술 기여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경영권만 지키는 게 실익이 있는지를 두고 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네이버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완전 분리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린다고 내다봤는데 이 기간 동안 네이버의 투자금(지분)만 하릴없이 묶여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기술 라이선스 비용을 최대한 많이 받아 실익을 챙기는 방안의 실현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합 당시부터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기술 개발은 네이버가 맡기로 합의했다. 이에 라인야후는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분류된다. 라인야후 아래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 스마트폰 결제 시장을 점유한 페이페이, 배달앱 데마에칸 등이 있지만 네이버와 직접 관련성은 적다는 뜻이다. 현재 네이버 매출에서 라인 관련 실적은 영업 외 수익으로 집계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가 몇조 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라인이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서도 1억 명 가까운 사용자를 보유한 만큼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라인야후가 운영하는 라인 메신저가 진출해있기 때문에 그동안 네이버가 동남아에서 밴드 혹은 새로운 메신저로 사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며 "일본 측과 갈라선 뒤에도 기술력이 있는 네이버가 새로운 사업을 이끌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라인 국적 논란… 고민 깊은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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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라인야후가 입주해 있는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가든테라스기오이타워에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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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일본 내에서 반복되는 '라인 국적 논란'이 네이버엔 가장 큰 부담이다.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기술과 중동 맞춤형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수출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미국 빅테크에 맞설 첨단 기술 수출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삼고 싶어 하는데 일본 내 논란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을 각국 투자자들이 지켜볼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 주권 논란이 확대되는 게 긍정적이진 않다"고 봤다.

앞으로 라인야후 사태가 한일 외교문제로 비화되면 네이버가 결심을 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부가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며 한일 양국의 공동조사를 통한 진상 파악을 요청했다. 구글에서 15년 넘게 제품책임자(PM, Product Manager)로 일했던 이해민 조국혁신당 당선자도 "한국 정부는 이제라도 일본 정부를 강하게 규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도 한국 정부의 적극 개입을 요구했다.

그러나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고민하는 단계에서 이 사안이 정쟁화되면 일본 내 여론만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진영 논리나 외교적 관계가 아닌 경영적 관점에서 스스로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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