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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래서 ‘국장 대신 미장’?…“올해 美 S&P500 상장사 자사주 매입 1조弗”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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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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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은 자사주 매입 규모가 국내 증시와는 ‘어나더레벨(차원이 다름)’입니다. 이래서 주변에서도 자꾸 ‘국장 대신 미장하라’는 말이 나오나 싶더라고요.” (서울 송파구 거주 직장인 김모(38) 씨)

올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게 증가, 주가 부양에도 한 몫을 담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월가(街)에선 올해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 총액이 1조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추산까지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구성 기업들은 지난 6일까지 이뤄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1∼3월 중 총 1812억달러(약 247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 대비 16% 늘어난 규모다.

특히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와 애플,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게 규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메타가 올해 1분기 중 매입한 자사주 규모만 145억달러에 달했다.

애플이 지난 2일 1100억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 기업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이 5~6월 미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올해 예상되는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 중 6분의 1 정도가 이때 시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스콧 루브너 골드만삭스 단기 분석 전문가(tactical specialist)가 지난 7일(현지시간) 고객 메모를 통해 밝힌 올해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예상 규모는 9340억달러(1275조원)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도에는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조750억달러로 ‘1조달러’의 벽을 가뿐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도 내놓았다.

시장에선 고금리 장기화 전망, 경제 둔화 우려에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늘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경영진의 자신감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비리나이 어소시에이츠는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의 펀더멘털이 좋다고 생각하며 금리나 대차대조표를 우려하지 않는다”며 “회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식을 편안히 매수하는데 내가 매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처럼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해 주는 효과가 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 없이 자사주 매입으로만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은 현금을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최근 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에 반드시 긍정적인 요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 일각에선 회사 주가에 연동해 성과보상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위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무리하게 자사주 매입을 활용, 오히려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배질리 펠프스는 “매출을 늘리지 않거나 현금을 투자할 수 있는 다른 유용한 방법을 찾지 않는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으로는 주가 부양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 주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주가 부양책이 적극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선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코스피200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 비중은 0.22%로 미국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비중인 2.89%보다 낮다.

특히 펀더멘털 개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의 절반 수준(2023년 기준 자사주 취득 7조8990억원, 소각 4조7720억원)이다. 미국 상장사의 경우 매입한 자사주 대부분을 소각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수(자본금)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당순이익(EPS)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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