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부모님께도 말 못해..‘관음증 변태’ 작두탄 변요한 “좀 세네?”(‘그녀가 죽었다’)[인터뷰 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OSEN=김나연 기자] 임진왜란에 참전한 왜군 수장에 이어 이번에는 관음증 변태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굵직한 연기를 선보여왔던 변요한이 두 작품 연속 ‘비호감’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난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 주연 배우 변요한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영화다.

변요한은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감독님이 워낙 글을 잘 써주셔서 그걸 잘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본질적인 걸 놓치지 않고 잘 표현됐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게 ‘세상이 우리를 바꾸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세상을 타는 것인가’라는 부분이었다. 제가 봤을 땐 이 작품의 주제가 그랬다. 그런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본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 내에서 다소 살을 찌운 상태로 등장한 그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와키자카 촬영을 끝낸 후에 살을 빼려면 뺄 수 있었다. ‘한산: 용의 출연’ 촬영 후 거의 한 달 뒤에 ‘그녀가 죽었다’에 투입됐었는데, 체중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 너무 갸름하면 미화될 수 있다 싶어서 평균보다는 조금 친근한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만 다이어트하고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작중 변요한이 맡은 구정태는 의뢰인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몰래 들어가 사람들의 삶을 훔쳐보고, 집에서 가장 없어도 될 물건 하나를 가지고 나오는 악취미가 있는 캐릭터다. ‘관음증’, ‘변태’, ‘비정상’ 등 구정태를 수식하는 단어는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게 없다. 더군다나 전작에서도 왜군 수장 역을 맡았던 그는 또 한번 비호감 캐릭터 연기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저는 그런 것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 같다. 대본을 쓴 사람이 비호감인 건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저한테는 운명적으로 다가왔다. 우회해서 만나든 결국 저와 만나는 작품과 캐릭터는 어떻게 해서든 책임지려고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 “연기기 때문에 관객들이 저 자체를 비호감, 비정상으로 느낄 거라는 두려움은 없다”며 “구정태라는 인물이 ‘나쁜 짓은 절대 안 한다’, ‘보기만 한다’, ‘도와주고 있다’라고 말하는 걸 보며 연기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어떤 우월감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우월감이 어디서부터 나오는지 궁금했다. 도전이라기보다 그냥 몸을 한번 던져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OSEN

그가 본 구정태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변요한은 “재밌는 게, 대본을 다 보고 나서는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든다. 그런데 처음 봤을 때는 평범해 보였다. 단지 ‘왜 내레이션이 많지?’ 싶었다. 영화에서 편집된 부분인데, 구정태가 옆집 강아지도 봐준다. 동네에서 거의 홍반장이다. 구정태는 평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부동산에 강아지를 맡기고 가니 강아지를 들고 업무를 한다. 그런 걸 보면서 처음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 ‘감독님은 이걸 어떻게 정리하려고 하지?’, ‘언제 내레이션을 끊으려고 하지?’라는 영화적인 궁금증이 들었다.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캐릭터가 정상이냐, 비성장이냐를 떠나 “메시지 자체가 제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연기였다”고 밝힌 그는 구정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책에 나오는 구정태의 겉모습,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속마음들. 이 두 가지를 잘 가지고 가고싶었다. 겉으로 모든 게 표현되는 게 아니라 서브 텍스트가 있어서 서브 텍스트에 공간을 줘야 한다. 어느 쪽으로든 너무 몰려버리면 이중적인 면모가 절대 보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똑똑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다. 어느 순간 ‘작두 탄다’고 하지 않냐. 내가 준비한 게 많고 자신감이 생겨서 좀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상대 배우를 보면 밸런스 때문에 그러면 안 되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잘 정리정돈 해주셨다”며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겸손하게 말씀하신 것 같은데, 감독님이 판을 다 짜셨다. 저는 거기서 감독님과 소통을 잘 하면서 연기한 것”이라고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작품 내에서 구정태는 갱생의 여지가 있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됐지만, 변요한은 “전혀 미화하거나 옹호할 생각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영화적 흐름을 위해 기승전결을 잘 만들었다. 어차피 대본에 모든 건 다 쓰여있었고 감독님의 그림이 있어서 저는 그냥 대본을 받은 입장에서 재밌게 만들고 싶은 욕망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OSEN

그중에서도 ‘이건 진짜 너무 변태 같다’ 싶은 장면을 묻자 변요한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남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사진 보고 얘기하고, 차키 보고 얘기하지 않나. 또 창고에 들어가서 벽지를 자로 대고 오리면서 거기서 스테이크도 먹었다. 저는 그걸 보고 ‘좀 많이 세네?’ 싶었다”라고 밝혔다.

또 실제 공인중개사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었냐는 질문에 “모든 직업은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저는 믿는다. 안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 그 직업은 사라질 거다. 더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어떻게 보면 특별성 같다.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영화상에서 특정 인물이 어떻게 보면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것”이라고 구분 지었다.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연기였던 만큼 ‘그녀가 죽었다’ 촬영이 끝난 지금 “갈증이 해소 됐냐”라고 묻자 변요한은 “해소됐다. 그래서 오늘 VIP 시사회를 하는데 어떻게 인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부모님도 오시는데, 친구들한테도 내용에 대한 얘기를 잘 안 했다”며 “부모님은 제목이 ‘그녀가 죽었다’인 것만 알고 계신다. ‘우리 아들 오랜만에 밝은 거 했네?’, ‘밝은 거 해서 좋다’고 하시더라. (시사회 끝나고) 하루는 생각할 시간 드리려 한다”라고 ‘웃픈’ 상황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한소라 vs구정태 비호감 대결” 질문을 던지자 “저는 유유상종이라 생각한다. 용호상박이다”라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영화 마지막에서 구정태가 사람들의 시선으로 벌을 받는다. 그 장면이 세련됐다. 그 시선이 시작이고, 그 이후부터 쭉 시선으로 끝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지만, 죽지 않고 끝까지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했다.

공교롭게도 변요한은 ‘그녀가 죽었다’ 개봉일과 같은 날 디즈니 플러스 ‘삼식이 삼촌’을 공개한다. 이어 ‘블랙아웃’도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차기작인 영화 ‘파반느’ 촬영도 시작됐다. ‘한산: 용의 출현’으로 7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쓴 데 이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일 행보를 펼치는 것. 이에 “요즘이 전성기라고 느끼냐”고 묻자 변요한은 “전성기라 생각한 적 없다”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저는 40대가 진짜 시작이라 생각하며 연기해왔다. 그래서 수련하고 있다. 더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한다. 저는 아직 39살밖에 못살아봐서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40살부터는 좀 더 많은 생각을 정리정돈 할 줄 알고 결단력도 빨라지고 더 차가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도 궁금하다”라고 40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OSEN

특히 올 초 10년간 몸담은 사람엔터테인먼트와 떠나 신생 기획사인 TEAMHOPE에서 새 출발을 알린 변요한은 “달라진 건 없다. 저는 그대로 작품 열심히 해야죠. 연기 열심히 하고. 하던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장르 중에서 안 한 게 더 많다. 해보고 싶다”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변요한은 이번 ‘그녀가 죽었다’를 통해 원하는 성적을 묻자 “그건 사실 제 손을 떠난 거다. 대표님, 감독님하고도 얘기했지만, 저희는 사실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감독님이 작품에 대해 애정을 많이 기울이셨고, 기다렸다. 영화를 잘 즐겼으면 좋겠고, 결과는 관객들에게 맡기겠다. 늘 관객분들이 선택해 주시는 거지 않나.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녀가 죽었다’는 이미 2021년 2월 촬영을 모두 마쳤다. 무려 3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 변요한은 “저는 촬영 끝나고 한 달 지난 작품도 기다린다. 어떤 건 빨리 나오고, 어떤 건 늦게 나기도 한다. 저는 작품과 시간에도 운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늘 기다리지만 그런 거에 익숙하고, 그냥 ‘좋은 시기에 나왔다’, ‘감독님 고생하셨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현재 극장가에는 영화 ‘범죄도시4’의 흥행 물결이 거세다. 개봉한지 2주만에 ‘천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흥행작과 경쟁을 하게 된 변요한은 “‘범죄도시4’가 너무 잘 되고 있고, 저랑 작품을 했던 형들이 다 나와서 저는 엄청 응원한다. 더 잘됐으면 좋겠다. 극장에 많은 사람들이 붐볐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녀가 죽었다’도 성적표가 있어야 하니 그에 맞게 많이 사랑해주시면 다양한 작품들이 사랑받고 다양성이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영화는 비호감, 비정상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관객분들 중에 찝찝한 걸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나. 저희는 그런 장르는 아니다. 경쾌하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타임라인이 거꾸로 된 스릴러, 정박자가 아닌 엇박자와 정박자 다 탈 수 있는 스릴러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좀 더 가볍지만, 오히려 가벼움에서 오는 무거움도 있다. 그런게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주)콘텐츠지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