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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美공화당 내부, 한국 중요성 인식…우크라 지원 때처럼 목소리 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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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F2024] 발렌티노 미시간대 교수 인터뷰…11월 미국 대선 유권자 민심 분석

"트럼프 유죄시 추가 득표 어려워져…동맹 문제는 엘리트 담론, 대중 무관심"

뉴스1

니콜라스 발렌티노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4'에서 '미국 대선까지 남은 6개월, 정치 지형과 판세'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미국 대선과 22대 국회: 길을 묻다'를 주제로 뉴스1과 국회미래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2024.5.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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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박재하 기자 = "미국 공화당 내부에선 한국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공화당 과반인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통과됐을 때처럼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언젠가 목소리를 낼 겁니다"

미국 선거와 정치심리학 분야 권위자인 니콜라스 발렌티노 미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NFF) 2024'을 계기로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들의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된 가운데 뉴스1은 이날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발렌티노 교수에게 △미국 경제 활황 △트럼프 사법 리스크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대내외 이슈가 미국 유권자 민심에 미칠 영향을 물었다.

- 두 후보의 고령 문제로 유권자들은 '리턴 매치'에 회의적이었는데 결국 성사됐다. 당내에 새로운 인물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왜 그런가.

▶두 후보의 나이 차이(4살)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은 심지어 당내에서도 고령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가 고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트럼프가 자신이 얼마나 강인하고 활력 있는지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 결과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는 것, 출마하려는 현직 대통령의 자리를 뺏는 것 모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선두를 내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는 야당 경선 역사상 매우 드문 현상이다.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당내 장악력이 높았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 교수님이 지난 3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보다 적극 투표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공화당 경선이 흥행했기 때문이다. 뉴스가 온통 공화당 경선으로 도배됐고 심지어 트럼프 캠프의 침묵마저 보도됐을 정도다. 반면 민주당 프라이머리는 바이든만 보였을 뿐 이렇다 할 경쟁이 없었다. 공화당 경선이 언론 노출도가 많았던 만큼 공화당 지지자으로선 투표장에 나갈 동기를 얻게 됐다.

공화당이 현재 야당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통상 야당 지지자들은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더 많이 분노하고 슬퍼하는 등 자신의 몸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감정을 지닌다. 2020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을 뽑으려는 열망이 상당했다. 과거에는 여야 격차가 미미했는데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와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심해졌다. 현재 권력에 대한 격정적인 반응이 투표장 동원력을 더욱 높인 셈이다.

- 교수님 설문조사에선 현실정치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감정이 동률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트럼프가 자주 사용한 '분열의 언어'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인가.

▶아니다. 트럼프의 언어는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오는 11월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유권자 대부분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려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이러한 화법은 리스크가 많은 전략이다.

그럼에도 결코 패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트럼프의 기본적인 심리고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수사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의 인식도 민주주의보다 승패가 중요하다는 쪽으로 기울게 했다.

- 미국 경제의 활황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실업률이 낮더라도 고물가는 바이든에게 불리할 수 있는데 왜 경제 이슈가 이번 대선에선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대선을 앞두고 발표될 2분기 경제 지표만을 근거로 현직 대통령의 당락을 예측하는 모델도 있다. 보통 경기가 좋을 수록 현직 대통령이 당선에 유리하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 경제 지표와 대중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계층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당장 노동 계층은 기준 금리와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반면 중산층과 상류층은 주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데 지금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의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상회할 정도로 임금이 오른 상태다.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한 트럼프가 지금의 경기 호황을 만들어냈다는 인식도 있다.

-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민 정책을 급선회했다. 이민에 대한 유권자 선호가 변화해서 그런 것인지, 기존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을 사지는 않을지 궁금하다.

▶불법 이민은 공화당에 매우 유리한 주제이기 때문에 바이든으로선 대선 테이블에서 치우고 싶어 한다. 바이든은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여 공화당의 정치적 이익을 차단하려고 한다. 나는 바이든이 이런식으로 이 문제를 양당에 중립적인 안건으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불법 이민은 오랫동안 강력한 주제였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실업률이 3%대인 만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반(反)이민 정책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기존보다 적은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책 선회로 인한) 민주당 지지층 반감은 크지 않을 것 같다.

-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관련 형사사건 1심 판결이 유일하게 11월 대선 전에 나올 전망이다. 유죄 선고 시 공화당 지지층이 이탈할 것으로 보는가.

▶유죄 선고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부패하고 편파적인 사법 체계에 의한 피해자로 묘사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중범죄로 유죄를 받게 될 경우 트럼프에게 불리하다고 본다. 빠져나가는 표 자체는 적을 수 있어도 추가로 얻게 될 표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기소된 4건의 형사사건 중 성추문 입막음이 미 대선 전 판결이 나올 유일한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이나 대선 인준 뒤집기 시도와 같은 사건들은 훨씬 더 심각한 내용으로 유죄 선고에 따른 불이익이 더 크다.

- 가자 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바이든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선 전쟁 반대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가자 전쟁이 대선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선거에 미칠 영향은 이민이나 낙태, 심지어는 미국 경제 이슈보다 미미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미국 우파는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보여 일관되게 트럼프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내 친이스라엘 유권자들도 바이든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대학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 층이 관건인데 이들은 가자 전쟁 외에도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유권자들이다. 나는 이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바이든이냐 트럼프냐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다면 두 후보 모두 이 문제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어 결국엔 다른 이슈를 기반으로 최종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대학가 시위가 더욱 확산하고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달을 경우 대선 판도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민권 운동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시위에 대한 미국 주류 사회의 반감을 발판으로 당선됐다.

- 공화당 의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달리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는 매우 인색하다. 실제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생각도 그러한지 궁금하다. 또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한미 동맹에 대한 생각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나.

▶사실 미국인 대다수는 지도상에 우크라이나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찬반이 나뉘는 건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나 제기된 담론이라고 본다. 과거 공화당 지지자들은 소련과의 대결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를 바꿔놨다.

한국은 서방에 위협이 되는 북한과 맞서는 고된 싸움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정학적으로, 경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부분들은 잘 모른다.

그럼에도 트럼프 측근이자 굉장히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것처럼 (공화당 내부에서도) 한국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언급할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국 공화당 내부에선 한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될 것 같나

▶미국전국선거연구(ANES·미시간대 산하) 소속 연구원으로서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웃음). 대중적인 인기는 바이든이 조금 더 많지만 각주(州)의 선거인단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수치가 비등하게 나오지만 통상 여름이 지나면 한쪽 후보로 지지율이 쏠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비슷한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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