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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프랜차이즈 점주단체 '법적 조직' 된다면… 개선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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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 막바지에 접어든 21대 국회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맹사업법 개정안'. 핵심 내용은 가맹점주의 협상권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가맹점주들이 꾸린 가맹점사업자단체를 법적 조직으로 격상하고, 가맹본부에 협상 의무를 강화함을 통해서다.

# 가맹점주들이 가맹사업법 개정을 숙원사업으로 꼽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그동안 가맹점주단체의 협상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가맹본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현행법으로도 가맹점주들이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고, 가맹본사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로 개정을 꾀하느냐는 거다. 과연 어느쪽 주장이 정당할까. 더스쿠프가 마켓분석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쟁'에서 양쪽의 주장을 살펴봤다. 그 첫번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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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를 골자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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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가맹본사에 대응해 가맹점주단체의 협상권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당 더불어민주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보고, 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23일 국회 정무위에서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으로 단독 처리했다.[※참고: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었다.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에 계류된 지 60일이 지난 법안은 소관 상임위(정무위)의 투표를 거쳐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면서 "이해당사자 간 숙의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건 (민주당의) 입법 독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건 그만큼 이해당사자인 가맹점주와 가맹본사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쟁점은 뭘까. 여당의 주장처럼 숙의를 거치지 않은 '갑툭튀' 법안인 걸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 개정안 주요 내용 =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제 도입,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취소 시 청문절차 진행, 가맹본사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 거부 시 제재조치 등이다. 19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에서만 관련 개정안이 9건이나 발의됐을 만큼 가맹점주들이 필요로 해온 법안이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의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현행법으로도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사업자단체(이하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고, 가맹본사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단체가 법적 등록단체가 아니다 보니 가맹본사가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고, 협의에도 응하지 않는 경우가 숱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갑질' 이슈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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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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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협상력을 갖춘 가맹점주단체의 필요성은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계도 공감해온 내용이다. 2017년 프랜차이즈 본사의 '광고·마케팅 비용 전가' '오너 리스크' 등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한 '자정실천안'을 보자.

"잘못된 관행으로 가맹점주의 눈물을 흘리게 한 점을 반성하고,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노력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면서 내놓은 자정실천안의 주요 내용은 '가맹점주와 소통 강화'였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점 100개 이상 가맹본부에 대표성 있는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고, 상생협력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상력 있는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는 게 가맹점주와 소통을 강화하는 첫 단계로 본 셈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7년이 흐른 지금 프랜차이즈 업계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개악改惡'으로 보고 있다. 왜일까.

■ 관점➊ 프랜차이즈 업계 = 민주당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개별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의 단체를 노동조합과 같은 법적 단체로 인정하는 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거다. 프랜차이즈협회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가맹사업법 개정 시 복수의 가맹점주단체가 난립해 각자 협의 요청권을 남발할 수 있다. 가맹점주단체의 일방적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가맹본부는 공정위 조사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가맹점주단체에 노동조합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건 특수한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를 마치 고용관계로 잘못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프랜차이즈 산업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사안마다 협의를 거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한 데다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현행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맹본부의 갑질을 막을 제도들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까지 추진할 필요까진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필수품목' 제도 개선이다. 그동안 몇몇 가맹본부는 필수품목(가맹점이 가맹본부로부터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품목)으로 갑질을 일삼아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많이 지정하거나,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가맹점주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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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들은 “가맹본사와 합리적으로 협상하기 위해선 가맹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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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위를 문제로 판단한 공정위는 지난해 관련법을 개정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필수품목의 항목·공급가격·산정방식 등을 가맹계약서에 필수 기재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향후 시행령도 개정해 필수품목 관련 거래조건 변경 시 가맹점과 반드시 협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규제들로 가맹본부의 갑질을 충분히 근절할 수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현행 가맹사업법으로도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가맹본부가) 단체의 대표성을 부정하며 거부하는 일이 숱했다"고 주장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상생하는 첫걸음이라는 건데, 이 이야기는 마켓분석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쟁' 2편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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