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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성역 김건희, 고발 5달 뒤 수사…‘검찰 쇼’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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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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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논썰’의 박용현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일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 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벌이도록 지시한 뒤 검찰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특별수사 부서인 반부패수사3부, 범죄수익환수부,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3명을 파견하는 등 집중 수사를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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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썰] ‘최후의 성역’ 김건희 수사, ‘쇼’인지 곧 판가름 난다. 한겨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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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직 대통령 부인의 명품백 수수가 드러났으면 즉각 조사해 법대로 처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고발이 이뤄진 지 5달이 지나도록 뭘 하고 있다가 이제야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것인지, 그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당연한 검찰 수사가 대단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정상적인 국가, 정상적인 검찰이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검찰총장의 말이 우스운 게 신속하게 엄정하게 수사하라는데 이 사건이 벌어진 게 언제인데 이제서야 수사합니까. 검찰 시계는 느림보입니까. 신속 수사를 말하면서 부끄럽지 않습니까...특검 방탄용 아닙니까. “법리에 따라서만”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학력·경력 조작 의혹은, 논문 표절 의혹 등은 법리에 저촉된 게 많을 텐데 왜 이 사건들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습니까. (5월8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명품백 이외 다른 선물 수수도 확인해야





이 때문에 검찰이 진정 수사 의지가 있는지, 대통령실과 교감 속에 수사 시늉을 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운지 현 단계에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머지 않아 답이 드러날 것이라고 봅니다. 검찰의 수사 방식과 내용이 그 답을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선 수사 방식에서 김건희 여사를 직접 소환조사하는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어느 정도 강도높게 진행하는지, 윤석열 대통령까지 조사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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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윤석열·한동훈 검찰 라인에서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 많이 했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은 이 수사팀이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것이냐,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되면 사저도 압수수색할 것이냐 봐야 될 것이고, 두번째는 이 정도 사건에서 피의자에 대한 소환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거든요. 소환장을 보낼 것인가인데 소환장은 보낼 것 같습니다. 안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죠.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소환에 응할 것인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5월7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또 수사 내용이 명품백 수수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로 좁혀진다면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영상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난 명품백 수수만 수사한다면 특별수사 검사들을 추가 투입하는 건 호들갑일 뿐입니다.



최재영 목사가 공개한 영상에는 김 여사 면담을 위해 면세점 가방을 든 채 대기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김 여사의 금품 수수가 최 목사 한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건 기정사실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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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목사: 주는 대로 다 받는 겁니다, 누가 주든.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진행자: 문제의 핵심은 최재영 목사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누구 거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이걸 조사해야 된다, 이거잖습니까.



최재영: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또 그 배우자의 위치에 있으면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청렴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경계의 기준이 없어진 거죠. 무분별하게 주는 대로 받고. 저 말고도 복도에 대기자들이... (5월8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배우자도 처벌 가능한 알선수재죄 성립 여부 주목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배우자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탁금지법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 성립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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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한 경우 민간인이라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입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대통령 취임식 만찬 참석을 부탁했고 이는 실현됐습니다. 또 명품백을 받는 자리에서 김 여사는 “제가 이제 남북문제에 나설 거예요”, “한번 크게 저랑 같이 할 일을 하시고” 등의 말을 했습니다. 통일운동가인 최 목사에게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어떤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입니다.



게다가 김 여사는 최 목사가 목격한 전화 통화 도중 ‘뭐라고? 금융위원으로 임명하라고요?’라며 뭔가를 메모했다고 최 목사는 증언합니다. 인사 개입 의혹입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김건희 여사가 받은 선물의 대가성을 밝혀야 됩니다. 김건희 여사가 금융위원 인사에 개입하는 통화를 했다는 증언도 있고, 우리나라 금융계 핵심 중에 핵심 인사에 개입했다, 또 기타 정부 요직 인사에 개입했다는 첩보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다 선물과의 청탁관계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권력자에 주는 선물에 청탁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5월8일 CPBC ‘김준일의 뉴스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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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해묵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이번에 검찰이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이같은 의혹들이 모두 철저히 규명돼야만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필요합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특검은 불가피합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전 부산고검장): 문제는 김건희 여사의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느냐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귀결을 하기 위해서는 주요 쟁점이 백을 받은 게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되느냐, 그리고 백을 받은 사실을 대통령이 알았냐, 알고 대통령이 어떻게 했느냐 두 가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도 심도 깊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그런데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으리라고 보이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특검을 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더 크게 주장이 먹혀야 되는 내용이죠. (5월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박절하지 못해”→“현명하지 못한 처신”…달라진 게 뭔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9일 기자회견은 김건희 여사가 여전히 성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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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도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지난 2월 한국방송(KBS) 대담에서 명품백 수수에 대해 “박절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던 것에 견주면 그나마 나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대통령 부인이 명품 가방을 선물이랍시고 받은 행위를 “현명하지 못한 처신” 정도로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태도가 놀랍습니다. ‘진행 중인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판에 박힌 말조차 없었습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선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수사했다. 그런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저와 제 가족을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건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 대선을 앞두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현 정부 들어 ‘윤석열 검찰’조차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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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사팀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하고 있어 내부에서 (윗선) 눈치도 봐야 돼 (사건) 진행이 굉장히 힘들었다. 대통령 선거도 임박한 상황이라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여사를 소환했는데 이에 응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재판에서 공범들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의 개입 정황이 숱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도 섣불리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 못한 채 수사는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윤 대통령의 말은 이런 사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가족을 지키는 데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특검은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습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국민들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답변과는 상당히 좀 괴리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적인 의구심과 오해가 풀리지는 않고, 대통령이 역시 가족과 관련된 일은 보호하는구나, 문제 안 삼으려고 하는구나,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구나, 그런 인식만 더 강하게 주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5월9일 MBC ‘성지영의 뉴스바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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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거부, 민정수석 부활, 장모 가석방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부활시켰습니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정기관을 장악해 권력을 남용했다며 폐지를 공약했었는데, 이제 와서 ‘민심 청취 기능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다시 도입한 것입니다. 민심 청취라는 게 핑계에 불과하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민정수석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 정권 때 세월호 참사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듭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당선자: 민심 청취를 하려면 민정수석실을 부활할 게 아니라 야당 대표들을 자주 만나면 될 일인데, 그리고 감언이설이 아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면 될 일인데, 민정수석실을 복원을 한 것은 결국은 민심 청취가 아니라 검심을 청취하려고 무리하게 만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5월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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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인 8일에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의 가석방이 결정됐습니다.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최씨는 형기를 두달가량 남겨두고 있습니다. 최씨는 앞서 두차례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부적격 판단을 받았는데 이번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합니다.



옛말에 ‘배나무 아래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정상적이라면 대통령 가족에게 더욱 엄정한 처우를 통해 법 앞에 어떤 특권도 있을 수 없음을 보였어야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가뜩이나 대통령 부인에 대한 검찰 수사와 특검 도입이 논란 거리가 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장모가 가석방 혜택을 입은 것을 두고 ‘공정한 법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여길 국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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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키기’만 도드라지는 대통령 행보





‘법 앞의 평등’은 민주·법치국가의 대원칙입니다.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이 원칙은 대통령 가족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대통령 가족의 불법 행위와 그 앞에서 길 잃은 법과 정의로 인해 나라가 온통 어지럽습니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대통령은 헌법 69조에 따라 취임 때 다음과 같이 선서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임기 동안 모든 삶을 공공에 바쳐야 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이 국가 공동체의 이익보다 가족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대통령직에 대한 모독이고,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자격을 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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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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