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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애플 팔고 현금 쌓고…'버핏의 콘서트'[계좌부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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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의 주식투자 목표는 원금 회복! 마이너스 계좌를 보며 마음 아파할 시간이 없습니다. 놓쳤던 한주의 주식시장 이슈를 정리하고, 구루들의 투자법도 '찍먹'하면서 계좌에 불(bull)이 붙을 때까지 우리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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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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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락콘서트'로 불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지난 4일(현지시간) 어김없이 미국 오마하에서 열렸습니다.

역시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지만, 무엇보다 워런 버핏의 영원한 파트너인 찰리 멍거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버핏이 주주들의 질문에 먼저 답한 뒤 옆자리를 바라보며 "찰리"하고 부르는 장면이 올해도 나왔지만, 멍거 대신 이날 버크셔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된 비보험 부문 총괄인 그렉 아벨이 자리했죠.

곧 위기 오나?…애플 팔고 역대 최대 규모로 현금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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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총에서 전 세계 투자자가 주목한 건 버크셔의 애플 주식 매각입니다. 애플은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지난해 말 기준 애플 지분 평가액이 1743억 달러(약 238조 5천억 원)였는데, 올해 1분기 1354억 달러(약 185조 2800억 원)로 감소했습니다. 애플 주가 하락의 영향도 있지만, 버크셔가 보유한 지분의 13%나 처분한 게 컸습니다.

애플의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일까요? 버핏은 애플에 대한 장기 전망이 바뀌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아벨이 이끄는 버크셔도 포트폴리오 최대 보유 종목은 애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고, 애플 투자로 큰 평가차익을 거뒀기 때문에 내야 할 세금이 많아서 매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습니다. 버핏이 그동안 보여왔던 매매 타이밍 때문인데요. 그에게는 '미래에서 회귀한 인생 2회차인 것 같다'는 표현이 붙기도 하죠.

특히 애플을 매각한 현금을 그대로 쌓아뒀다는 점이 걱정을 키웁니다. 버크셔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676억 달러(약 229조 2800억 원)에서 1분기 말 1890억 달러(약 258조 5500억 원)로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곧 현금성 자산이 2천억 달러(약 273조 6천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왜 현금을 쌓아두고 있냐'는 주주의 질문에 홈런 비결을 알려주는 타자처럼 "우리는 날아오는 공이 마음에 들 때만 (방망이를) 스윙한다"고 답했습니다. 지금은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다는 뜻이죠.

또 '현재 상황이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도 있었는데요. 버핏은 '잘 모르는 분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1990년대 후반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았고, 주가 폭락 때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는 "모든 주식을 다 사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장이 좋은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종합하면 버핏은 마치 "곧 모든 주식이 싸지는 상황(위기)이 올 테니 실탄(현금)을 모아둬"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도 복제해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있을 정도로 높은 위상을 가진 버핏의 판단이라 의미가 남다릅니다.

AI, 핵폭탄에 비유…배당없는 버크셔가 사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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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진 '핵폭탄'에 비유했습니다. "램프에서 나온 요정 '지니'를 다시 램프 안으로 들여보낼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엎질러진 물'이라는 것이죠.

특히 버핏은 AI로 만든 자신의 영상을 봤는데, 가족들조차 가짜라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사기 산업'이 차세대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AI가 노동 집약적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람들에게 여유시간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람들이 이 여유시간에 무엇을 할지가 미래 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주 5일제 도입한 2000년 이후 관광을 비롯한 소비 산업이 크게 성장했던 상황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 핵심에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배당 확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버크셔는 배당이 없는 기업입니다. 1967년 주당 10센트를 배당했는데, 버핏은 이마저도 '실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버크셔는 보험사인 동시에 투자 목적의 지주사입니다. 투자한 기업과 자회사에서 배당받는다는 뜻입니다.

나는 배당을 받지만, 주주들에겐 배당을 줄 수 없다는 식의 버크셔는 '내로남불'일까요? 버크셔 주총에 다녀온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버핏의 케이스를 보면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기업 거버넌스 개선 작업이 진실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버크셔가 주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유보된 자금이 전적으로 투자 천재인 버핏의 손에 맡겨졌고, 이 사람만큼은 딴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보한 믿음이 투자자들에게 있었으며, 버핏과 멍거가 90세를 넘어 장수해 오래오래 돈을 불렸으니 여러 가지 기가 막힌 우연이 필연처럼 얽히기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한국 자본시장이 진실로 지향해야 하는 것은 투자자와 기업 상호 간의 신뢰 복원이 아닐는지, 배당보다 이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저 역시 어떤 기업의 주총에서 주주가 한 강렬한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주총에 참석한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 같은 주총 수준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자녀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주주들의 질문에 핵심을 에둘러 비슷한 답을 반복한 경영진을 향한 질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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