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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집중호우에도 끄떡없다..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현장 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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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지하 벙커 연상..빗물 저장했다 내보내는 구조로 설계

지하 40미터에 지름 10미터 3.6km 터널..빗물 32만t 저장

2020년 완공 후 침수 피해 '0'.."광화문 등도 2028년 목표로 공사 진행"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10일 오후 환경부 출입기자단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을 찾았다. 국내 유일 대심도(大深度) 빗물터널인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을 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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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안에서 양천구청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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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준비된 흰색 안전모와 남색 장화를 신고 양천구청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깊게 팬 골이 줄지어 있는 시멘트 경사로를 따라 내려갔다. 고대 신전 터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바닥에 고인 물이 자박자박 발걸음 소리에 맞춰 조금씩 튀었다.

잠시 후 둘레가 철제 난간으로 막혀 있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인 수직구 앞에 섰다. 마치 우물을 떠올리게 하는 수직구에서 내려다보니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깊었다. 수직구는 지하 40m 아래 빗물터널까지 뚫려 있는 통로로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엔 빗물 유입 수직구 3개, 환기 수직구 1개, 빗물 유출 수직구 1개, 유지·관리 수직구 1개 총 6개의 수직구가 있다.

터널을 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여 초 내려갔다. 커다란 지하 벙커 또는 터널 같은 한 원형 터널에 도착했다. 터널의 지름이 10m라고 했다. 대기 중이던 차량을 타고 10여 분 달렸다. 중간중간 물웅덩이 탓에 차는 조금씩 계속 흔들렸다.

차에서 내리니 직경이 확연히 줄어든 터널이 앞에 보였다. 양천구 이성연 치수과장은 “우리가 펌프장 지하에서 차를 타고 이동한 거리는 3.6km로 여기까지는 저류배수시설이고, 앞에 보이는 줄어든 직경의 터널부터는 1.1km의 유도터널”이라고 설명했다. 빗물이 유입되는 수직구에는 쇠사슬로 경계가 지어진 지름 5.5m, 수심 5m의 연못도 보였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30m 이상에서 물이 수직으로 떨어지게 되면 압력이 너무 세서 구조물이 망가질 수 있는데 이 연못은 바로 빗물의 압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빗물터널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직구를 통해 인근 하수구의 빗물을 빨아들여 터널 안에 저장했다가 빗물을 내보내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폭우가 내리면 상습침수구역 인근에 설치된 3개의 유입 수직구로 빗물이 들어오고 비가 그치면 빗물을 유출 수직구를 통해 끌어올려 안양천으로 배출한다. 터널은 상류 쪽을 더 높게 만들어 빗물이 자연스레 하류인 펌프장으로 흐르게 한다.

터널은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에도 대처할 수 있는 용량인 최대 32만t의 빗물을 가둘 수 있는데 이는 잠실 올림픽 수영장 85개 분량이라고 한다. 양천구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가동 중인 32개 빗물 저류조 총 저수 용량이 64만t인데 그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더욱이 목동빗물펌프장 유수지도 22만t의 빗물을 추가로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5월 완공된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난 2022년 서울 물난리 당시 그 효과를 톡톡히 입증했다. 지난 2022년 8월 신월 빗물터널은 시간당 최대 76㎜의 폭우 탓에 22만t의 빗물을 터널에 보관했는데, 시간당 100㎜ 수준의 폭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에 다른 지역들과 달리 상습침수구역이었던 신월동과 화곡동 일대에서는 단 한 건의 침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는 빗물터널이 없었다면 약 600세대가 침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기자단 빗물터널 탐방 전 목동빗물펌프장 회의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운영 이후 강서구나 양천구 일대에 전혀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광화문, 강남역, 도림천에도 올해 연말 착공해 오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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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신월 대심도 빗물터널 내 수직구 앞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이 양천구청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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