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7 (금)

[사설] ‘언론 탄압’ 새 역사 쓴 선방위, 부끄러운 줄 알아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왼쪽)이 지난해 12월11일 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며 백선기 선방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 위원장은 류 위원장의 박사 논문 지도교수였다. 방심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임기를 마친 제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수사하는 검찰과 함께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을 상징하는 존재로 기록될 것이다. 선방위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보도만 골라 역대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내렸다. 언론의 사명인 권력 감시를 포기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기를 강요하는 현 정권의 방송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도 백선기 위원장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럽지 않다”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부끄러움이 뭔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번 선방위의 법정제재 30건은 2008년 이후 치러진 12번의 전국 단위 선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앞서 11번 선거에 견줘 평균 5배에 이른다. 내용은 더 심각하다. 선방위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정부·여당에 불리하거나 비판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는데, 그 비중이 93%(28건)나 된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안건의 제재 비율이 높았다. ‘윤석열’이 언급된 안건은 34건 중 32건, ‘김건희’는 20건 중 19건이 법정제재 및 행정지도를 받았다. 선방위는 심지어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를 통해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재판 기록을 인용한 보도(문화방송)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가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편파 보도’라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부부를 ‘심기 경호’ 하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고 해야 하나. 정부의 공식적인 자료를 인용한 보도를 징계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선방위는 또 미세먼지 농도를 강조하기 위해 파란색 숫자 1을 띄운 날씨예보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 기호를 연상시켰다’는 이유로 관계자 징계를 내렸다. 역대 선방위가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에 따라 축적해온 제재 수위에 대한 합의를 단번에 무너뜨린 폭거라 할 수 있다.



선방위의 폭주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이끌기에 함량 미달인 류희림씨를 위원장에 임명해 방심위의 파행을 조장했다. 류 방심위원장은 선방위원 추천권을 ‘친윤’ 성향의 티브이조선과 공정언론국민연대에 줬고, 이들이 추천한 극우 성향 인사들이 ‘언론 탄압’에 앞장섰다. 제22대 국회는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선방위원의 자의적 판단과 과도한 재량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방위를 개혁해야 한다. 그것이 범야권에 압승을 안겨준 총선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 3주년 굿즈이벤트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