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대통령실 "지분매각 제외 모든 대책 지원"… 對日 협상력 키우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네이버를 향해 7월 1일 이전에는 지분을 매각하지 말라고 요구한 배경은 한국이 길러낸 몇 안 되는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을 송두리째 내줄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행정지도로 인해 국익이 침해 받는다는 명분을 제공하지 않고, 네이버에는 협상 시간을 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히며 지분 매각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러한 네이버에 일단은 지분 매각 카드를 쓰지 말라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일단 7월 1일까지는 네이버의 지분 매각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64% 지분을 가진 A홀딩스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라인야후가 운영하는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며, 대만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강하다. 이용자가 2억명이 넘는다.

문제는 7월 1일 그 이후다. 이미 소프트뱅크는 경영권과 기술·서비스권을 모두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합작사인 A홀딩스 주식이 50% 대 50%인 상황에서, 이사진 수는 소프트뱅크 3 대 네이버 2다. 만약 주총에서 충돌이 생기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고, 결국 이사진을 장악한 쪽이 경영에 유리하다. 또 라인야후의 이사진에 네이버 측 인사는 이제 없다.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해킹 사태로 이사진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기술 주도권 역시 상당수 확보했다. 라인야후는 총무성 지시로 네이버클라우드와 보안 운영 센터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센터 계약을 일본 국내 기업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네이버에서 연결 고리를 떼는 조치다. 결국 7월 1일 이후 그림이 나오기 위해선 네이버의 입장 정리가 우선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네이버가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입장과 계획, 상황을 밝혀주길 바란다"며 "그래야 정부가 도울 수 있다"고 밝힌 이유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며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상세한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인야후 사태가 정치권 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취하고 있지 않다며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이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은 '선동 정치'일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12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에 따라 결국 네이버가 키운 메신저 앱 라인이 일본 측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을 두고 정부 대응을 맹비난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조속히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정부 대책을 점검하고 일본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데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행태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바다 건너 불구경"이라며 "즉각적인 상임위 개최와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떤 변명을 갖다 붙여도 일본 정부의 의도는 명백하다"며 "보안 사고를 빌미로 네이버의 지분을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자 기업에 보안 사고 한 번 났다고, 그 기업더러 지분 빼고 나가라고 한다면 누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이토 히로부미: 조선 영토 침탈,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라인 침탈, 조선·대한민국 정부: 멍~"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미지를 게재하며 정부 대응을 비난했다.

제작자 미상인 해당 이미지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지휘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라고 밝혔다"는 한 언론 보도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13일 독도를 방문해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를 '굴종 외교'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성명에는 최근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라인 사태'에 대해 정부의 외교 실패를 주장하는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다.

야권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국민의힘은 '당리당략'에 기반해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네이버 측에 직접적으로 지분 매각에 대한 압박을 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니 이 말 그대로 추가적인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략적 판단에 따라 편협한 선동정치를 이어가는 것이 과연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우리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또다시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덕 기자 / 서동철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