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손 마사요시 회장도 ‘이번 건은 중대한 사태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결산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네이버 자회사 라인야후의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들이겠다고 나선 배경에 손 마사요시(孫正義·67, 한국 이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역할이 있었다는 정보기술(IT) 업계 관측에 힘을 실었다.
라인야후 사태에서 소프트뱅크는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이미 라인야후 경영진 전원을 일본 측 인사로 꾸렸다. 라인야후는 지난 8일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사회 내 유일한 한국인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제외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의 두 차례 행정지도 덕에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1주만 넘겨받아도 최대 주주가 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
네이버는 일정 지분을 내주되 실익을 얻고, 그 돈을 신사업 투자금으로 삼는 방안 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 플랫폼 시장에서 거둔 성공 사례를 압박 때문에 외국 기업에 넘기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라인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석으로 다듬을 수 있는 원석이다. 일본 신문 기자가 손 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2017년)에 따르면 손 회장은 남보다 빨리 원석 같은 회사를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이자 태국·대만·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라인도 손 회장에겐 원석일 수 있다. 손 회장은 PC 시대 강자였던 야후재팬의 시대가 저물고, 라인의 시대가 온다고 예견했다. 일본 경제지 겐다이비즈니스는 “스마트폰 네이티브인 24세 이하 여성 고객을 잡고 싶던 손 회장이 라인을 갖고 싶어 했다”고 짚었다. 애초에 라인의 가치가 야후재팬보다 훨씬 큰데도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지분을 50%씩 나눈 게 실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경민 기자 |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한국 기업과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잘 진행된 것도 있지만 갑자기 연락을 끊고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상황에 따라 목표를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면이 있는데 이번에도 막후에서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자기주장이 먹히지 않았을 때 “분신하겠다”며 규제 당국을 압박한 일화도 있다. 『손정의 300년 왕국의 야망』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대주주인 통신업체 NTT가 소프트뱅크의 통신 관련 공사를 방해했을 때, 담당 부처인 총무성이 NTT 편을 들었다. 당시 손 회장이 총무성 담당 과장에게 “라이터를 빌려 달라”며 “제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 차라리 죽는 게 속 시원하겠다”고 벼랑 끝 전술을 써 성공했다.
◆“손, AI 사업에 88조원 투자 전망”=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개발 등에 10조 엔(약 88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라고 12일 보도했다. 미국 엔비디아처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형식으로 내년 봄 시제품을 제작해 내년 가을 양산하는 게 1차 목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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