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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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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팔면 10조 챙겨""일본 외 이용자만 1억"…네이버의 고민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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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정·재계의 시선이 네이버로 향하고 있다.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 중이어서다. 이미 회사의 미래 뿐 아니라 한일 관계, 어쩌면 양국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진 상황. 소프트뱅크와 공동경영 결단을 내렸던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다. '라인 지분 매각 사태'의 향방과 관련해 두 사람의 결단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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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양국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며 한일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포털사이트 ‘라인’ 검색량 지수는 47.1로, 사흘전(3.6)보다 13배 이상 늘었다. 최근 2년 중 검색량이 최다인 날을 100으로 설정해 일별 검색량을 수치화한 결과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라인 지분 조정을 요구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이토 히로부미의 후손’이란 내용의 기사가 공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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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쟁점은?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이해관계와 자존심까지 얽힌 라인야후 사태, 협상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①팔까? 버틸까?: 네이버가 지분을 팔지 말지가 가장 중요하다. 최종 결론은 알수 없지만, 최근 발언을 볼 때 매각에 무게 중심이 쏠려있단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지분매각을 직접적으로 언급했으며 전날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도 “소프트뱅크가 과반 이상 지분을 갖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강도현 과기부 2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경영권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었고, 네이버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아름다운 동행’이 힘들다는 걸 전부터 느끼고 지분 매각을 검토했단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동경영을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 이미 ‘사업적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단 것. 최근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에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보조하겠다고 밝히는 등 자국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보호벽’을 갈수록 높게 쌓고 있다는 점도 ‘팔수 있을 때 파는 게 낫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라인이 일본 외 지역에도 1억명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메신저라는 측면에서 네이버가 순순히 경영권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내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미 국익 대결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더더욱 매각 보단 버티기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목소리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반드시 지분을 팔 것으로 보는 건 무리다. 동맹국이라 강요할 수도 없다. 네이버 입장에선 배임이 될수도 있고, 소프트뱅크 역시 큰 돈을 한번에 쓰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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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이 일본 외 지역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메신저라는 측면에서 네이버가 순순히 경영권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내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미 국익 대결 국면으로 넘어간 만큼 더더욱 매각 보단 버티기를 택할 수 밖에 없을 거란 목소리도 있다. 사진=라인 홈페이지 캡처


②어디까지 팔까: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정확히 반반씩 갖고 있다. 한주만 더 가져도 경영권은 넘어간다. 일부 지분 매각으로 양사간 협업은 이어가며 일본 정부의 압박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모양새. 반대로 관계 유지가 별 의미 없다 판단하면 전부 매각해 일본 시장을 완전히 떠날 수도 있다.

③얼마나 받을까: 적정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지도 쟁점이다. 지분을 단순 계산하면 네이버가 가진 몫은 8조3000억원 정도이지만, 시장에선 경영권을 넘기는 만큼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인공지능(AI)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선 거액의 AI 투자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 그러나 일본 정부 압박에 등 떠밀려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소프트뱅크가 그만한 재무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프트뱅크 측은 앞서 “당사의 사업이나 현금흐름에 영향이 없는 전제 하에서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앞으로는



일본 총무성 보고 기한은 7월 1일. 최종 결론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방향은 이 안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이냐, 아니면 반반 지분을 유지하며 네이버의 경영상 역할만 조정하느냐, 선택지는 둘. 결국은 이해진 GIO의 판단에 달렸다는게 중론이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데다, 반복된 실패에도 일본 시장 진출의 의지를 꺾지 않고 성공을 일궈낸 것도, 소프트뱅크와의 공동경영을 결정한 것도 그이기 때문.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인 자체가 이 GIO의 결단으로 여기까지 왔고, 라인야후 모회사 A홀딩스 회장도 직접 맡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언제 결자해지에 나설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정민ㆍ윤상언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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