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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반도체 패권 잡아라" 美中 대치 속 '111조' 지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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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요 동맹국, 中 맞서 지원금 투입

"美 대선 이후 기술전쟁 더 심화"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첨단 반도체에 약 810억달러(약 111조원)를 투자하면서 미·중 반도체 대결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은 지난달 25일 반도체 법에 따라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에 61억달러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인텔 85억달러, TSMC 66억달러, 삼성전자 64억달러 등 보조금을 지원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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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반도체 법에 따라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인텔 등 기업에 330억달러에 달하는 생산 보조금을 제공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또 750억달러 상당의 저리 대출과 최대 25%의 세금 공제 혜택도 있다.

지미 굿리치 랜드 연구소 중국 선임 전략 고문은 "특히 반도체 분야의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양측은 반도체를 최우선 국가 전략 목표 중 하나로 삼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러한 투자는 중국에 대응하는 것 이상"이라며 "중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에서 몇 세대 이상 뒤처지고 있다. 미국은 또한 대만과 한국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만든 국가 주도의 지원금으로 인한 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보조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동맹국 간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은 유럽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약 463억달러 규모의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공공 및 민간 투자가 1080억달러 이상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360억달러 규모의 팹을 설립할 계획인데, 11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TMSC는 독일에 약 110억달러 규모 합작 투자를 하는데, 이 중 절반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아직 이 같은 지원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약 253억달러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이 중 167억달러는 구마모토 남부 TSMC 파운드리 2곳과 자국 벤처기업 래피더스의 홋카이도 공장에 지급한다. 래피더스는 2027년까지 2㎚(1㎚=10억분의 1m) 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민간 투자를 포함해 총 642억달러를 투입해 2030년까지 일본 내 칩 생산 매출을 963억달러로 약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12일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흥국들도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월 인도 최초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정부 기금 투자를 승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은 올해 반도체 분야 진출을 시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에 중국도 반도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은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며, 레거시 칩을 생산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의 AI 칩 등 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몇 년 뒤처져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중국이 따라잡기 직전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반도체에 투자하는 금액은 미국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중국이 반도체에 14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또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270억달러 규모의 칩 펀드를 조성했다.

미국은 국가 안보 보호와 중국의 기술 역량 억제를 위해 강력한 수준의 반도체 제재를 가하고 있다. 폴 트리올로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중국·기술 정책 파트너는 "미국의 제재는 중국 기업들에 역량을 향상하고, 벨류 체인을 높이고, 협력하며, 화웨이 같은 기업에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동원하는 동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막대한 반도체 지원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부흥은 바이든 대통령 재선 캠페인의 핵심 공약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 관련 공약을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이후에도 미·중 반도체 대결 구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트리올로 파트너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중국 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거나 반도체 등 전략 기술에 필요한 원자재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까지 중국의 더 강력한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존 리 이스트웨스트퓨처스컨설팅 이사는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미·중 기술 전쟁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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