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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저격수로 법정에 선 해결사…"추문폭로 막으니 트럼프 고마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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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한 코언 "트럼프가 원하는 일 뭐든지 했다"

"트럼프를 '보스'라 불러…2016년 대선 앞두고 매일 수 차례 대면"

연합뉴스

법정 출석을 위해 자택을 나서는 마이클 코언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이자 돈을 지급한 당사자인 마이클 코언이 13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트럼프 해결사'로서 불미스러운 얘기가 대중에 공개되지 않도록 어떻게 입막음을 해왔는지에 대해 증언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코언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합의금을 건넨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관된 각종 뒷일을 비밀리에 처리했던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코언이 연방검찰에 기소돼 복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저격수로 돌아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 검사의 증인신문은 2016년 대선 전 코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코언은 이날 증언에서 "내 머릿속에 있었던 단 한 가지는 임무를 완수해 그(트럼프)를 기쁘게 하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고 그는 회고했다.

2016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결사로 불렸고, 이는 합당한 묘사였다고 증언했다.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스'라고 부르곤 했고,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났으며 그가 쓰던 방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과 거리는 불과 15m가량 떨어져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검사의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리한 얘기가 대중에 공개되지 않도록 묻어버리도록 코언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집중됐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타블로이드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의 모회사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이야기가 대중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당 정보의 독점 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보도하지 않고 묻은 사실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내셔널인콰이어가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도 3만달러를 지급하고 그가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외자 의혹 독점 보도권을 사들인 뒤 보도하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코언은 이날 도어맨이 제기한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이야기가 새 나가지 않도록 확실히 해둬야 한다"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조언한 뒤 페커와 협업해 해당 의혹이 보도되지 않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페커로부터 독점 보도권 계약서의 사본을 받은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일이 잘 처리되고 있다"라고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배우 캐런 맥두걸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때 불륜관계였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코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눈 대화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당시 내셔널인콰이어러는 맥두걸에게 15만 달러를 지급하고 독점보도 권리를 사들인 뒤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코언은 독점보도권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중에 갚을 것이라는 점을 페커에게 증명하기 위해 해당 대화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피고인석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뉴욕=연합뉴스]



한편 이날 코언이 증인석에 등장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면만 바라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코언이 진술하는 동안에는 오랫동안 두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명 검사 출신이자 '트럼프 기소'를 공동 저술한 앤드루 와이스먼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이날 NYT 기고문에서 "이번 사건을 최초로 검사에게 언급한 게 코언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코언이 아니었으면 성립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후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은 독립적으로 범죄를 입증하고, 코언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수집해왔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코언은 이번 재판의 공소사실 및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에 대해 내부자 시각에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언 증언이 재판 결과에 미치는 중요도는 처음 생각됐던 것보다는 훨씬 떨어진다"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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