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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KYD 청년을 꿈꾸게 하자] "집 마련도 벅찬데" 결혼·출산 미루는 203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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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이 떠난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수도권·광역 도시의 청년들의 행복감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청년은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정치·산업·노동·문화·교육 등 여러 각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가격과 결혼, 출산 간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청년들이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내 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질수록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삶에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갖는 게 '사치'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더욱이 집값이 폭등하면 청년들의 불안심리는 더 커진다. 자산 격차가 벌어져 상대적인 박탈감을 불러오는 것도 문제지만 집값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높인다. 결혼, 출산을 계획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에 놓이는 셈이다. 주거환경이 양호한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부담에 결혼 '언감생심'

집값이 결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여러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주택 마련 등 '결혼자금 부족(33.7%)'을 꼽았다. 신혼집을 마련하기에 자신의 경제력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많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 및 양육 부담(10.8%)', '고용 상태 불안정(9.4%)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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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부위원장 주형환)가 만25~49세 남녀 2000명에 대해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혼 의향이 있는데도 미혼인 이유를 물은 결과, 남자는 "결혼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82.5%)" 지문에 가장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여자는 "적당한 상대를 아직 못 만났다(75.5%)" 다음으로 "경쟁적 이유(63.1%)"를 꼽았다. 이어 "결혼 후 일상생활이나 역할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 "다른 일(학업이나 직업 등)에 더 열중하고 싶어서" 등이 뒤를 이었다.

남녀 모두 결혼 의사가 있음에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경제적인 부담이 크게 자리한 셈이다. 결혼에서 오는 일상의 변화, 높아지는 책임감 등이 부담이지만 주거 불안에서 오는 불확실성까지 떠안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공공임대 및 민간 아파트 전월세로 신혼을 시작해도 자가 거주가 아닌 이상에는 주거 불안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값 자체도 청년들이 부담하기에 높다. 2022년 기준 서울지역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15배로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PIR은 주택 가격에서 연 가구 소득을 나눈 값으로 월급을 쓰지 않고 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집값이 오를수록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주택 문제가 해결된다고 결혼건수가 급격히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집값 이외에도 사회적 인식, 근로 소득, 정부 정책 등에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값 급등할 경우 이들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요구된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혼을 하면 평균적으로 한 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하기 때문에 우선 결혼하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주택가격과 사교육 부담, 여성의 고용문제 등이 결혼, 출산을 미루는 주된 요인인 만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부 정책도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집값 상승시 멀어지는 내 집 마련...출산율에도 악영향

집값은 출산율과의 상관성도 높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은 집값이 1% 상승하면 이듬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출생아 수)이 0.002명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집값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 영향력은 약 1년간 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시기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갭투자', '영끌'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자녀 출산에 대한 관심이 덜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집값이 상승하면 청년들의 자금력이 하락해 통상적으로 전월세 거주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소득이 증가분보다 지출이 늘어나면 내 집 마련의 시기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자녀 양육에 따른 교육비 부담까지 늘어나다 보니 경제적 불안감으로 출산까지 미루거나 포기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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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집값이 상승하면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스핌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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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주택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 수준으로 유럽 선진국인 네덜란드(48%), 오스트리아(23%), 덴마크(21%), 영국(16%) 등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크다.

주거 면적도 조정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 세대원수별 면적 제한은 현행 ▲1인 35㎡(10.6평) 이하 ▲2인 26~44㎡(7.9~13.3평) 이하 ▲3인 36~50㎡(10.9~15.1평) 이하 ▲4인 44㎡(13.1평) 초과 등이다. 가정을 이룬 신혼부부라도 면적 제한으로 원룸 수준의 거주 형태를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임대주택이라도 수요자가 선택하는 폭을 넓히고 주거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기준 면적의 상향이 필요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집값이 조정을 보였으나 수년간 상승 폭이 너무 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주 요건을 갖춘 지역에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 확대 등으로 집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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