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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결국 '모친' 밀어낸 한미 형제…"회사 발전에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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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3월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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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사진=한미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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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3월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소감을 전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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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한미약품그룹 장·차남이 결국 어머니 송영숙 회장을 대표 자리에서 해임시켰다. 한미그룹 오너 일가는 지난달 경영권 분쟁 종료 후 개최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모친-차남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하며 가족간 갈등을 마무리 짓는 듯 했으나 한 달 만에 임종훈 단독대표 제체로 전환하면서 모자(母子)간 갈등을 재점화했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 회장을 대표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회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위해 기존 공동대표이사 1명의 대표이사 직위를 해임하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과반수가 출석한 뒤 출석 이사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장·차남을 포함, 과반수가 송 회장의 해임 안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기존 이사진이었던 송영숙 회장(사내이사),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사외이사와 신임 이사진인 임종훈 대표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권규찬·배보경 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사외이사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달 차남 임종훈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송 회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업계에선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이 가족간 갈등 재발 방지 및 화합을 위해 택한 선택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형제 측 이사진이 이사회 다수를 장악한 만큼 임종훈 사장이 단독 대표에 오를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동 대표 체제는 회사 운영에 관해 결정할 때 대표 한 명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즉, 한미그룹을 경영하기 위해선 모든 사항에 대해 공동대표인 모자 두 명이 서로 합의해야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모자는 임원 인사, 투자유치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겼고, 결국 임종훈 대표가 모친을 대표직에서 해임시키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 주도로 지난달 15일 장녀인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약품 R&D센터 글로벌사업본부 총괄 부회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 발령을 냈지만 열흘 만에 해당 공지를 무효화했다. 인사 발표 직후 송 회장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형인 임종윤 사내이사는 당초 송 회장의 해임 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권 분쟁이 드러나면 향후 투자 유치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모펀드는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형제는 상속세 해결을 위해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형제는 송 회장과 대립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타계 후 남은 오너 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약 5400억원이다. 2년 이상 납부를 마쳤고 현재 약 2644억원이 남아있다. 그러나 납부금 상당 부분이 주식담보대출이어서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태양광 업체인 OCI그룹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형제의 반대로 무산되고 경영권도 잃게 됐다.

형제는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매각 및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이들이 1조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에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오너일가의 갈등이 재연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현재 형제 및 특수관계자, 신 회장 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0%가 조금 넘는다.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투자자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지분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매각할 지분에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등의 지분을 포함시키기 위해선 우선 가족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모녀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납부 기한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일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올해 말까지 최장 6개월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대표가 된 임종훈 대표는 이사회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회사 발전에 속도를 빨리 내야 한다"면서도 "(자금 조달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건 없지만 여러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 만큼 기존에 원했던 방향의 인사 개편을 시작으로 사업 추진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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