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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전기차 100%, 구형 반도체 50%... 바이든, 中제품 ‘수퍼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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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0% 초강력 관세 부과

11월 대선 앞두고 ‘중국 봉쇄’ 수위 끌어올려

“‘블루 칼라’ 표심 붙잡으려는 의도” 분석

중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미국이 중국산(産) 전기차·철강·배터리 등 여러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일제히 올리기로 했다. 미 백악관은 14일 25~100%에 달하는 대중(對中) ‘초강력 관세’를 당초 예상됐던 전기차·철강 외에도 레거시(구형) 반도체, 태양광 전지, 주요 광물, 크레인, 의료 제품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수입 규제 방안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블루 칼라(생산직 노동자)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붙잡으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분리)은 없다”면서 정상 외교를 통한 관계 개선에 힘썼지만 올해 들어 ‘중국과 무역 전쟁’ 강화 기조를 확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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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바이든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일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지식재산권 절도 및 기술 강탈 등 불공정하고 비(非)시장적인 관행을 유지해 왔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과 기반 시설, 에너지 분야에 필요한 핵심 제품의 90% 가까이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위협하고, 미국의 공급망과 경제 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하고 있다”며 “중국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관세 인상)를 시행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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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워싱턴 DC 백악관 앞마당 사우스론을 걸어가며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 등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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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을 규정한 통상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해 안에 기존(25%)의 4배인 100%로 인상하라고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가전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구형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현재 25%에서 50%로 인상한다. 2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성능은 수치가 낮을수록 좋음) 이상으로 규정되는 구형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보다 거래 물량이 많고 미·중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국의 ‘중국 봉쇄’에 중국이 “우리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처를 하겠다”(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보복을 시사하는 등 양국 간 무역 전쟁은 더 달아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중 무역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한 광범위한 제재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질서(자유무역 체제)가 저무는 수준을 넘어 붕괴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관세 인상안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겨냥한 각종 제재를 부과하자 중국이 구형 반도체 생산을 늘리며 대응하는 가운데 나왔다. 백악관은 “향후 3~5년 동안 중국은 범용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려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정책이 (미국 등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0~7.5%에서 25%로,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및 주요 광물은 7.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과 주요 광물 채굴·가공 및 정제 과정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며 “중국에 이런 (생산) 능력이 집중되는 건 미국의 공급망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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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에 위치한 철강 생산 시설


아울러 태양광 전지 관세는 올해 안에 25%에서 50%로 인상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패널이 범람하면서 중국 외 지역의 태양광 제조에 대한 투자가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 항만 시설에 대한 ‘감시 도구’로 이용된다는 우려가 나온 중국산 크레인에 대한 관세는 그동안 없었는데, 앞으론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번 관세 인상이 총 180억달러(약 24조6474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AI(인공지능), 커넥티드 차량(스마트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 같은 추가 경제 압박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로이터는 최근 미 상무부가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오픈AI나 구글 등 첨단 AI 기업들은 정부의 수출 규제 없이 일부 AI 모델을 판매할 수 있다. 스마트카의 경우 미국인의 정보 및 동선 유출 우려가 제기된 후 전면적인 수입 금지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던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을 바이든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다만 이번 조치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과 맞붙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공약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엔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도입하고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6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불공정 무역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가의 모든 수입품에 가격을 인상하는 무차별적인 10% 관세를 적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2018년, 역시 통상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30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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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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