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화)

이슈 부동산 이모저모

[단독] 보증대상 늘려 빌라 전세수요 살리기 … 아파트 쏠림 막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주택 안정대책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나선 건 지난해 전세 사기 대책으로 시행한 보증 가입요건 강화가 아파트 전세 쏠림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전세사기 대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요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별 차이 없는 '깡통주택'까지 보증 가입이 가능해지자 전세 사기 일당이 무자본 갭투자를 악용하는 사례가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전세 사기에 가담해 시세를 부풀려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일도 방지하기 위해 전세가율 산정 때 공시가격을 최우선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은 보증 제도를 악용한 전세 사기 예방에는 도움이 됐지만, 보증 가입이 가능한 빌라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도 낳았다. 기존에는 공시가의 150%(공시가×150%×100%)까지 가입할 수 있었던 보증이 공시가의 126%(공시가×140%×90%)로 낮아져 전셋값을 내리지 않으면 가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 1억원인 빌라의 경우 제도 개선 전엔 전셋값 1억5000만원(1억×150%×100%)까지 보증에 가입할 수 있었는데, 제도 개선 이후엔 1억2600만원(1억×140%×90%)까지만 가입 가능해진 것이다.

주택중개 프롭테크(부동산기술) 업체 집토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바뀐 제도에 따라 올해 전세가 만기되는 수도권 빌라 중 전셋값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빌라 전세 거래의 66%는 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엔 신규 전세에만 강화돼 적용하던 전세보증 요건이 올해 갱신 계약에도 적용되며 보증 가입이 어려운 빌라 전세 매물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매일경제

정부가 전세 안정화 대책으로 빌라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서구 일대.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만기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HUG에서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보증 가입이 어려운 빌라 전세 매물이 늘어나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빌라 전세시장 상황이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져 아파트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빌라의 경우 전세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워지다 보니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1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토부는 보증 제도에 변화를 줄 예정이지만 대상 주택 전세가율은 90%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전세가율을 다시 100%로 높일 경우 이용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전세가율을 산정하기 위한 주택가격 산정 시 공시가격의 140%를 우선 적용하는 현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세가율 산정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시세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빌라의 경우 거래가 적어 시세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공시가격이 우선 적용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전세가율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만 우선 적용하다 보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포함한 여러 지표를 함께 활용한 뒤 심사 기관인 HUG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적은 빌라 시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기술 업체들을 활용할 수 있다. 직방은 전세사기 표적이 되기 쉬운 빌라의 실거래 정보를 제공하고, 빅밸류는 시세 조회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보증제도 변화에 따라 HUG의 보증 심사 기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보증 제도 개선 외에도 전세 시장 안정과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택·토지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책엔 규제 완화 방안들이 담길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도입됐거나, 또는 유지해오던 규제를 살펴보고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