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서 기조연설
“양국 관계 회복에도 경제 성과는 제자리”
‘한일 경제협력 연구 플랫폼’ 구성 제안
수소 공동구매·관광상품 개발 등도 제시
“관세 전면 폐지하면 양국 GDP 등 증가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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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쿄)=김현일 기자]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많은 경제협력을 해왔는데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무대에 오른 최 회장은 본격적인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달 3일 있었던 대한상의 기자간담회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최 회장은 이날 210여명의 한일 경제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같은 질문을 화두로 던지며 “이대로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면 여태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작년을 기점으로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점차 회복되고, 양국 관광객도 크게 늘어났지만 그 온기가 경제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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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두 나라가 서로에게 중요한 경제 파트너임에도 양국 교역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인 데다가 과거 활발했던 양국 기업들의 제3국 공동 진출 사업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며 한일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이 함께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양국 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일본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시행할 경우 양국 모두 실제 GDP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2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계 산업을 제외한 전 산업 분야에서, 일본도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양국 상공회의소 연구 결과 한일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할 경우 대부분의 산업에서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현일 기자(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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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양국 협력이 투자를 비롯해 인적교류·금융·글로벌 공급망·경제안보 등 전반에 걸쳐 더욱 강화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지역 경제를 주도하고, 중국·미국·유럽연합(EU) 주요국과의 관계에서도 긴밀한 공조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주 밝은 미래를 그려본다면 한국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본은 ‘제2의 고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잠재적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한일 경제협력 연구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양국 협력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깊이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두 명의 교수나 연구자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들어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4일 일본 도쿄에서 막을 올린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국 측 기조연설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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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심층 연구하고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실제 협력이 지속돼야 한다”며 “플랫폼이 중심이 돼 양국 경제협력의 내열을 개별 기업 차원에서 산업과 경제 전반으로 좀 더 넓히자”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한일 양국이 즉시 할 수 있는 공동 사업을 성공 사례로 축적하자”고 제안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젝트 대신 쉬운 과제부터 시작해 성공 사례를 만든다면 양국 간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양국 스타트업의 공동 프로젝트 발굴 ▷고령화 대응을 위한 재택의료 시스템 공유 ▷액화천연가스(LNG)·수소 등 에너지 공동 구매 ▷한일 동시 관광상품 개발 등을 예로 들었다.
최 회장은 끝으로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밖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양국 경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당부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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