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격 난민 신속 본국 송환, 난민 부담 분배 기준 마련
스페인 입국 기다리는 난민들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난민 추방과 강제분담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이민협정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날 오후 '신(新) 이민·난민 협정'(이하 협정)을 구성하는 총 10가지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초안이 발의된 지 3년 8개월 만에 모든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약 2년간의 이행 준비를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협정은 망명 신청 자격을 갖추지 않은 이들의 신속한 본국 송환과 회원국 간 수용 분담 등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기존에는 망명 심사 절차가 1년 가까이 걸렸으나 앞으로는 최대 12주로 단축된다. 특히 심사 기간 개별 사례에 따라서 구금될 수도 있다.
또 자격을 갖추지 않은 '불법 이주민'은 그 즉시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신속한 추방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난민 수용 분담은 난민이 몰리는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 등 '최전선 국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의무적 연대' 조항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특정 회원국에 몰린 난민을 다른 회원국이 직접 수용하거나 이를 원하지 않으면 각종 물자와 재정적 기여를 해야 한다.
이같은 방식은 1997년 발효된 더블린 조약과 비교해 망명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개혁되는 것이다.
기존 더블린 조약은 이주민·난민이 처음 발을 디딘 EU 회원국에서 망명·난민 신청을 받는 방식이어서 지중해변 회원국의 불만이 컸다.
10여년 전부터 중동 내전의 여파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130만여명이 대량 유입되고 아프리카발 난민도 크게 증가하면서 더블린 조약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개혁 필요성이 대두됐다.
집행위가 협정 초안을 발의한 이후에도 각국 간 다른 이해관계로 수년간 협상에 진전이 없다가 작년 말 정치적 합의가 전격 도출되면서 입법 절차가 속도를 냈다.
특히 내달 6∼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반(反)이민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집행위는 이날 이사회 승인에 따라 내달 중 27개국의 준비를 돕기 위한 '공통 이행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폴란드와 헝가리는 '강제분담'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시행 초기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 최종 승인을 위한 가중다수결 투표에서 폴란드, 헝가리는 10개 법안 전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체코, 슬로바키아는 일부 법안에 기권했고, 오스트리아도 1개 법안에 반대했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앞서 집행위는 협정 시행 이후 이행을 거부하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경고한 바 있어 또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협정이 난민을 막는 데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인권침해 우려가 적지 않다는 비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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