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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옥석 가리기' 본격화…저축은행 브릿지론 부메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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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 발표
저축은행, 추가 충당금 적립과 부실사업장 경공매로 추가 손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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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와 정리 등 본격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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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와 정리 등 본격 '옥석 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올해 안에 '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본격적으로 퇴출당할 전망이다. 이에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업 등 제2금융권에 추가 손실 인식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담은 '부동산 PF 연착륙 방향'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착공 이전 토지매입·인허가, 시공사 보증 등 초기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브릿지론, 시공 단계의 자금을 대출받는 본PF 등만 사업성 평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 따라 금융당국은 토지담보대출, 채무보증, 새마을금고도 사업성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사업성 평가등급도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강화했다.

금융당국은 평가 대상인 230조원 규모 사업장 중에서 90~95%가 정상 사업장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가운데 5~10%는 '유의'나 '부실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약 2~3%는 만기연장이 어려워 상각 처리하거나 경·공매 해야 하는 '부실우려' 사업장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체 230조원 중 약 4~7조원이 '부실우려' 사업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당국이 상각과 경·공매를 통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정리한다면 제2금융권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브릿지론 비중이 큰 저축은행의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해석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5633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2조1000억원이다. 직접 대출 9조6000억원, 브릿지론성 토지담보대출이 12조5000억원이다. 저축은행업권의 총자산 내 부동산 PF 비중은 17.5%로 타 업권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캐피탈 등 여전사(7.4%), 증권사(4.1%)에 비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부동산 PF 중 가장 위험이 높은 단계인 브릿지론의 비중은 54%에 달한다. 부동산 PF 연체율 역시 6.9%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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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당국이 상각과 경·공매를 통해 '부실 우려' 사업장을 정리한다면 제2금융권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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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예상손실 규모가 최대 4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저축은행이 PF 사업장 토지 등을 경·공매로 처리할 경우 30~50%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점쳐진다.

이로 인한 적자가 올해 2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권 전체에서 약 1~3조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현재 저축은행 총자산 기준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중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가장 큰 곳은 OK저축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조831억원이다. △SBI 1147억원 △한국투자 8111억원 △웰컴 5899억원 △애큐온 2662억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들 5개사의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SBI 8140억원 △OK 2764억원 △한국투자 1949억원 △웰컴 1804억원 △애큐온 2050억원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들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방안으로 만기 연장 조건이 강화되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라 저축은행들이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보이기는 한다"며 "연착륙 과정에서 어려움은 있겠지만 경공매가 활성화되면서 저축은행업권도 부동산대출 리스크를 일부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업성 분석 및 건전성 관리를 위해 충당금 추가적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선제적으로 이미 충당한 부분이 있어서 추가 적립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올해도 업권 전반에 수익 실현은 어려울 수 있으나 건전성 면에서는 개선 될 가능성은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옥석 가리기'로 인한 제2금융권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로 인한 제2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며 "금감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응해 감독기준 이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지난 13일 '부동산 PF 정책 방향 발표가 제2금융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3개 업종 자기자본 대비 추가 적립 필요 충당금은 2.4~7.0%"라며 "관련 손실 규모는 각 업권의 손실 흡수능력을 고려할 때 대체로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정책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2024년 2분기 실적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각 기업별 손실 규모 및 손실 대응능력을 점검하고 필요 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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