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테번트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8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 게이트웨이 기술대학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중산층 주도 경제성장과 상향식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2024.05.08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의 관세 몽둥이를 맞은 중국은 어떤 보복카드를 꺼낼까. 중국의 반격이 세계 공급망 문제를 일으켜 어쩌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흔들 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 실효성 조차 미리 계산하고 철퇴를 꺼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오히려 중국산 밀어내기 수출품을 반년간 인내하던 바이든 행정부는 핵심 품목들에 대해 집중적인 관세 확대를 결정하면서 국론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대중국산 주요품목에 대한 새 관세 방침을 발표하면서도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유발효과는 없다는 부연설명을 내놓았다. 전임 트럼프 시대에 이뤄졌던 3800억 달러 규모 제품 관세(800억 달러)가 아니라 주요 핵심 품목만을 선별해 대상을 180억 달러로 좁혔기 때문에 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란 설명이다.
미국은 관세 품목을 한정하면서도 명분을 세밀하게 제시했다.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조사한 결과 중국이 국가주도로 해외기업들에 대한 기술탈취를 일삼으면서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관세 조치는 무역법 301조에 따라 정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미국이 지적한 과잉생산이나 국가주도의 보조금 지급 및 기술탈취, 불공정무역은 근거가 없는 허구의 개념이라며 강한 보복조치를 시사한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규칙 위반을 따질 것"이라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은 물론 눈치를 보던 EU(유럽연합)까지 곧 비슷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진행했고, 최근 이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까지 확대했다. 미국에 이어 EU마저 관세장벽을 쌓는다면 당장 남아도는 중국산은 중진국 이하 시장을 어지럽히거나 자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의 통상반격은 미국 대선이 마무리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세계경제를 옥죄이게 할 변수로 지목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이번주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스푸티니크 통신이 배포한 이 사진은 지난 2014년 5월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및 신뢰구축(CICA)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2024.05.14 /AFPBBNews=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계산을 미리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분쟁으로 전세계 교역량이 줄어든다면 물가상승의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트럼프처럼 모든 수입품목에 대한 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은 제한될 거란 예상이다. 미국은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고금리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5%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달성했고, 올 1분기 물가재상승에도 불구하고 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올해 2~3분기 단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나 소비위축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이는 금리정책 전환의 명분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크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1969~1974) 성장률은 1% 후반에 그쳤지만 물가를 잡은 이후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해 금리를 낮추자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미국은 연 평균 4%가 넘는 고성장 시대를 구가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몇몇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피봇(정책전환)에 필요한 대외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경제는 매우 탄력적이라 관세전쟁쯤은 견딜 수 있는 무역변수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통해 국론을 결집하고 재집권해 경제를 재도약시킬 청사진을 그렸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이 이번에 발표한 새 관세 품목의 규모는 180억 달러로 알려졌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WTO 항공기 분쟁 관세 5년 유예와 △특정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체 등을 제외하고는 트럼프 시절 만들어진 관세를 대부분 그대로 유지해 왔다. 미국 택스파운데이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시절 관세로 인해 장기 GDP는 0.21%, 임금은 0.14%, 정규직 일자리는 16만 6000개 감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은 수준이다. 이 기관은 미국 수출품에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 GDP는 0.04% 더 줄고, 일자리는 2만9000개 정도 그치는데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이번 조치에서 핵심이 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미국 시장의 파급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뷰익(GM)과 링컨(포드), 로터스, 폴스타, 볼보 등만 중국 제조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전기차 비율은 2% 수준이다.
바이든 정부가 이들 물량에 대해 기존 25% 수준이던 관세를 100%로 높인 것은 일견 소비자 편익을 낮추는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침해되는 이익에 비해 미국 자동차노동조합이나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에 갖게 될 신뢰는 정권 입장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러스트밸트의 지지율이 11월 대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도 관세부과는 현 미국 정부에는 실보다는 득이 크다는 해석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