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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말 많고 탈 많은' 김호중의 수상한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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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의 열화일기] '매니저 약정금' '스폰서와 병역특혜 의혹' 등에 이어 '뺑소니 혐의'까지…석연치 않는 교통 사고에 '수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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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가수 김호중.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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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각종 물음표들이었다. 상식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수상한 행동'이랄까.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쯤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김씨 소유의 흰색 외제차량이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사건은 이렇게 요약된다. △김씨 소유 차량 택시 충돌 후 그냥 출발 △3시간 뒤 매니저가 '허위 자수' △17시간 뒤 김호중 직접 찾아 자백 등이다. 이렇게 흘러간 과정에서 잊힌 건 두 가지다.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없어졌고, 음주 운전 측정 효과도 사라졌다.

김씨를 도우려고 매니저가 살신성인급 행동으로 나서다 음주운전 여부를 체크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허위 진술이었다고 자백하는 과정에선 감동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자 김호중은 골목으로 차를 세우고 매니저와 통화했고, 그 사이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며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운전했다고 했고, 이를 알게 된 김호중은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측정을 받았다"고 했다.

입장문만 보면, ①앞바퀴가 들릴 정도로 세게 박았는데도(영상확인) 굳이 골목으로 가서 차를 세워 피해자의 보호조치 대신 전화통화를 먼저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②일반적으로 상대방이 신고를 하면 그 자리를 뜰 수 없는 게 교통사고의 우선 원칙이며 상식인데, 본인은 사라지고 매니저가 경찰서로 찾아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③그렇다면 그 골목은 사고가 난 도로 근처의 골목이 아닌, 현장과도 아주 먼 골목이라는 뜻인지 ④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고 뜻을 이미 피력했는데, 이를 알게 된 김호중은 왜 하필 17시간 뒤에나 출석했는지 모호하고 수상한 의문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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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의 교통사고 영상. /사진=채널A 뉴스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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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운 의문은 경찰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되는 참인데도, 소속사는 '자백'과 '음주 측정 불가'라는 이유 때문인지 빠른 사과와 함께 남은 투어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통념상 많은 논란거리 중 가장 심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안이 교통사고다. 뒤늦은 측정으로 음주 여부에서 피했다고 해도, 사고를 낸 뒤 달아난 과정을 통해 얻은 '시간 벌기'라는 인상을 주는 한, 면책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뺑소니, 추돌, 사망 등의 수많은 교통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음주에 있고, 사고가 난 즉시 음주 측정은 어떤 누군가의 선택이 아닌 모든 이의 의무이어야 면책이 비로소 실행될 수 있다. 사고를 내고 한참 뒤 음주 측정하겠다고 찾아오는 것 자체가 '음주운전'의 강력한 증거일 수 있다는 걸 스스로 밝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면 달아날 이유도, 달아나서도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음주하지 않았다는 걸 당당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더욱 더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두 이런 사실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씨가 17시간 뒤에 나타난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수상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배경이다. 측정에서 음주의 흔적이 없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신뢰는 현장을 우선 이탈하지 않는 것이다.

소속사가 이런 의문들에도 콘서트를 강행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로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김호중의 팬덤이다. 김호중의 어떤 사고에도 그의 방패막이 돼준 팬들의 신뢰와 사랑은 기대 이상이다. 김호중이 첫 번째 정규 음반 '우리가(家)'를 내고 52만장이나 팔아치우며 남자 솔로 음반 역대 2위 기록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중장년의 강력한 팬덤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70대 여성 팬은 "우리 땐 그보다 심한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것도 없는 상태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심정적으로 정황적으로 도덕적으로 이번 사건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면 크게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매니저의 허위 진술로 김호중을 보호한 사태 수습 과정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계산으로 비칠 측면이 적지 않다. 소속사가 "당사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렸다.

법적 문제로 활동을 정지당하는 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활동을 지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앞서고, 이미 진행 중인 콘서트를 중단해서 얻는 막심한 손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존 논리가 투영된 계산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김호중 측의 이런 대응은 그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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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호중.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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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김호중은 △매니저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 △스폰서와 병역특혜 의혹 △여자 친구 폭력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러면서(매니저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 당시 새로 계약한 소속사가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다. 이 곤욕의 과정을 잘 아는 소속사가 '아티스트 보호'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읽힌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런 의혹을 푸는 해결의 과정들은 석연치 않았다.

"팬으로 300만원 받았지만 포장지에 그대로 싸서 놔뒀다"(스폰서 의혹) "입영일까지 연기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당일 새벽 병원에 갑자기 입원"(병역 회피 논란) "전 여자친구 폭행 사건과 관련 모든 건 허위사실"(여친 폭행 논란) 등 종류도 다양하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이번 교통사고 논란까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김호중은 다시 최고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까지 신청한 상황에서 그가 주장하는 말과 행동이 '진실의 불'을 밝힐지, '거짓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지켜볼 일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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