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단독] SK, 시총4조 SKIET 매각…“배터리 사업 재편나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K그룹이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배터리 사업부 재편 작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성장 부진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SK온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IET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매각 방침을 정하고 주요 글로벌 IB를 통해 인수 후보 접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IB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인 SK온 지원을 위한 사업재편을 놓고 고민해온 SK그룹이 SKIET 매각을 위해 글로벌 IB들과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SKIET 시가총액은 14일 종가 기준 4조854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SK이노베이션 지분가치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이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SK그룹 측은 “배터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SK그룹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 산하엔 SK온, SK엔무브, SKIET, SK지오센트릭,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이 자회사로 있다.

SK그룹은 최근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베터리 제조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SKIET를 비롯한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중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은 2대 주주인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ICS)의 원칙적인 반대 속에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SK측이 SK엔무브의 상장시 예상 시장가치로 지분 매입을 제안할 경우 IMM측이 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베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SK온은 미국 등 해외 공장 증설을 위한 추가 자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시설투자(CAPEX) 자금조달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프리IPO 후속 투자유치(1조원),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5000억원) 등으로 SK온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수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KIET 매각이 성사 된다면 당분간 자금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손실(1조727억원) 대비 크게 개선한 것이지만 SK온은 분사 첫해 손실(3137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내게 됐다.

고금리와 실물 경기 부진으로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구간에 접어들면서 올해 1분기 SK온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조6836억원, 3315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올해 하반기 흑자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온의 누적 수주는 400조원이 넘었으며, 생산 수율은 90%대에 이른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 완료와 미국 판매 증가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증가,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SK그룹이 SKIET 매각을 본격화한다고 해도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제시할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SKIET 매출액 중 SK그룹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약 73%(2022년 기준)에 달한다. SK그룹이 일정 기간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 한 인수 주체로선 선뜻 거래가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최근 실적도 부진하다. SKIET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674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7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2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1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낸 것이다. 전기차(EV)용 분리막 판매가 주요 고객사 보유재고 조정으로 급감했고, 가동률 감소에 따른 비가동손실 증가 영향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그룹 사활이 걸린 SK온 살리기에 적극 나선 모습이다.

최 회장은 최근 “경제계에서 ESG 퇴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배터리 상황은 전기차(EV) 캐즘 중 일부”라며 “EV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며 “현재 캐즘은 SK온에게 위기이자 좋은 기회이며, 상장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의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달 29일 SK온과 포드의 자회사 블로오벌SK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설비투자 목적이며, 규모는 9796억원이다.

블루오벌SK는 또한 미국 에너지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의 조건부 확약을 확보해 최종 파이낸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사로부터의 차입금은 현대차 7419억원, 기아 4946억원 등이다.

SK온의 지분 89.5%를 가진 SK이노베이션은 35조원이 넘는 현금이 있으며, 사업 매각 등을 통한 현금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월말 기준 35조456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 1분기 매출 18조8551억원, 영업이익은 6247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어스온은 최근 미국 미드오션에너지에 페루LNG 지분 20%를 2억5650만달러(약 3500억 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SK그룹은 내달 확대경영회의에서 배터리 등 ‘사업 리밸런싱’을 점검할 예정이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TF를 발족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멤버사 CEO들은 지난달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리밸런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