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0월22일 대선 후보 토론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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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27일과 9월10일에 텔레비전 토론을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역대 대선 텔레비전 토론 중 가장 이른 이번 토론은 두 노정객의 대결 열기를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이뤄진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곧장 합의하고, 주관 방송사들도 화답하며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서 “트럼프는 2020년 두 차례 토론에서 졌고, 그 뒤로 토론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봐, 덤벼라. 두 번 해보자”라며 도전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짜증나는 조가 제안한 두 번의 토론에 나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조는 내가 만나본 최악의 토론자다. 그는 두 문장을 연결시키지도 못한다”고 했다.
이로써 4년 전에 이어 재대결하는 둘은 그때처럼 최소한 두 차례 텔레비전 토론을 하게 됐다. 양쪽과 협의한 시엔엔(CNN)은 6월27일, 에이비시(ABC) 방송은 9월10일에 토론을 주관한다. 시엔엔은 여론조사에서 15%를 얻은 후보들에게 자격을 주기로 했다. 제3 후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자 토론만 하겠다고 밝혀, 케네디 주니어가 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토론은 청중 없이 하기로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월2일에도 폭스뉴스 주관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토론은 1960년 민주당의 존 F. 케네디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의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 이래 가장 조기에 실시된다. 대선 후보 공식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공화당은 7월, 민주당은 8월에 실시되는데, 그 전에 토론이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또 1988년 이래 토론을 주관해온 초당적 기구인 대선후보토론위원회가 주관하지 않는 토론회다. 앞서 이 위원회는 9월16일, 10월1일, 10월9일 개최를 제안했지만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조기에 토론에 나서려는 데는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9월 사전투표 시작 전에 득점을 해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는 2020년 대선에서도 양자 토론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자평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언제 어디서든” 토론을 하자고 큰소리를 쳐놓은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개적 입장 표명 전에 양쪽 캠프가 토론회 개최를 조율했다고 전했다.
이례적 양자 토론 조기 개최로 대선 열기는 조기에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토론회 개최를 두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던진 말도 거칠다. 바이든 대통령은 “덤벼라”라거나 “도널드, 날짜를 골라보라. 수요일에는 시간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성관계 입막음 돈 지급과 관련해 재판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수요일은 휴정일인 점을 거론하며 조롱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는 이날 “수요일에는 시간이 있다”는 글을 새긴 티셔츠를 32달러(약 4만3천원)에 팔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고인 사진(머그샷)에 “절대 굴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덧붙인 티셔츠를 판매한 것을 모방 또는 희화화한 것이다. 상대보다 점잖은 바이든 대통령 캠프로서는 이례적 행동이다. 하지만 첫 토론일로 합의된 6월27일은 목요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이 그 전에 끝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청중을 두려워하지만 난 흥미를 위해 두 차례 이상의 토론을 매우 큰 장소에서 하기를 권한다”며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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