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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교사가 학부모에 받은 섬뜩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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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초등학교 교사, 학부모에 협박 편지 받아

'아이 잘못 아냐, 당신 잘못이란 것 알았다'

"교육청, 형사 고발 3개월째 미뤄져" 지적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편지를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교육청이 해당 사안을 ‘교육 활동 침해’로 판단하고 형사 고발 등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3개월째 조치가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서울 교사노조가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7월 학부모로부터 빨간색 글씨로 ‘OO 씨,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편지는 끝까지 읽는 것이 좋을 겁니다’라며 협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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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사가 받은 협박성 편지. [이미지출처=서울교사노조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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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편지를 보낸 학부모 B씨는 편지 내내 A 교사에게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붙이지 않고, "OO 씨"라고 불렀다. B씨는 “요즘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무언가를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덕분에 알게 됐다”고도 협박했다.

B씨는 자신의 자녀가 전학 간 학교에서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며 “예상대로 아이의 문제가 아닌 A씨의 문제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됐다. 당신 말에 잠시나마 내 아이를 의심하고 못 믿었던 것이 한없이 미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교실에 잠시나마 머물렀던 12세 아이가 주는 충고”라며 아이가 직접 작성했다는 6가지 항목을 나열했다. ‘본인의 감정을 아이들에게 공감하도록 강요하지 마세요’ ‘스스로 떳떳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세요’ ‘자신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세요’ ‘이번 일이 당신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이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을 꾸짖기 전에 자신의 문제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아이들 뒤에 숨지 말고 어른과의 일은 어른끼리 해결하세요’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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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등학교 담임 교사의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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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사는 지난해 3월부터 B씨와 그의 자녀에 관해 상담했다고 한다. A 교사는 자녀의 종합심리 검사를 권유했는데, B씨는 사비로 검사를 해보겠다고 하는 등 의지를 나타냈었다. 그런데, 이후 A 교사가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에 자신의 자녀가 빠져있다는 등의 이유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A 교사에게 항의 전화를 걸고, 앞서 상담한 심리검사를 언급하며 “아이를 정신병자 만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A 교사는 "학부모가 (자신의) 딸에게 위협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두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교권보호위는 지난해 12월 B씨의 행위가 ‘교육 활동 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고, 올 2월에는 시 교육청에 형사고발을 요청했다.

다만 노조는 “A 교사는 자녀까지 위해성 협박을 당했지만, 교육청의 학부모 형사 고발 조치는 3개월째 미뤄지고 있다”며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5법’ 개정 등이 이뤄졌으나,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교육 활동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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