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사전점검에서 발견된 '경산아이파크' 하자 /출처: TV조선 뉴스9 보도 캡처 |
최근 논란이 된 건 지난 3월 말 사전점검에 나선 경북 경산의 '경산아이파크'(997가구)다. 입주를 한 달여 앞두고 사전점검을 진행했지만 문과 조명도 제대로 설치가 안 돼 있었고, 천장 조명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도배를 한 벽지가 찢어지고 외벽도 갈라져 있었다.
당시 사전점검에 나섰던 한 입주예정자는 TV조선과의 통화에서 "도배도 미흡하게 날림으로 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고 바닥 찍힘도 심하다"며 "단차도 안 맞는 부분은 전부 실리콘으로 다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사전점검에 나선 세종특별자치시의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1350가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입주예정자 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 발견된 하자만 8만 5천여 건에 이른다.
한 입주예정자는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요청으로 사전점검 날짜를 미뤘음에도 전기가 안 들어오고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설치가 돼 있지 않는 등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아 도무지 점검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집안에 공사 인부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인분까지 발견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은 더욱 충격에 빠졌다. 이를 항의하는 입주예정자에 현장 관계자는 "대한민국 아파트 치고 안 새는 데가 어디 있어요. (인분) 제가 쌌습니다."라며 큰소리치기도 했다.
지난 3월 사전점검에서 발견된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 하자 /출처: 보배드림 |
대구 북구 '힐스테이트 대구역 오페라'(1207가구)에서도 벽지가 오염되고 타일이 파손되는 등 6만 건이 넘는 하자가 발견돼 입주 예정자 300여명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항의 집회까지 열기도 했다.
하자 논란이 커지자 지자체와 시공사 대표까지 나선 경우도 있었다.
충남 당진의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 (667가구)는 일부 가구(39가구) 천장 마감재로 사용한 목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결국 당진 시까지 나서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천장 마감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달 사전점검에서 발견된 '힐스테이트 오룡' 하자 /출처: 보배드림 |
지난 달 사전점검을 진행한 전남 무안 오룡2지구 '힐스테이트 오룡'(830가구)은 건물 외벽과 내부 벽면이 기울고 콘크리트 골조가 휘어져 '휜 스테이트'라는 조롱을 당했다. 논란 끝에 시공사 대표까지 나서 "걱정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약속했다.
부실 공사 논란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지식산업센터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비오는 날 콘크리트 타설을 해 논란이 일었던 경기도 구리의 지식산업센터 '현대테라타워'의 경우 곳곳에서 누수가 생겼다.
경기도 안양의 지식산업센터 'IS 비즈센트럴'에선 스프링클러가 파손돼 입주 업체가 피해를 입은 일도 발생했다.
이 지식산업센터의 한 입주자는 "당시 실내 스프링클러가 동파됐는데 확인 결과 설계도면 상 외부와 차단돼 있어야 할 방화구획이 마감이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한 입주 업체의 경우 사무실 집기 등 포함해 영업 피해만 1억 9천만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를 비롯해 지식산업센터까지 하자 분쟁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이 꼽힌다.
최근 시행사와 시공사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공사 기간 단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최근 들어 자잿값 등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준공 납기를 못 맞추면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하는 만큼 공사비를 낮추거나 납기 내 공사를 서두르다가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시행사 입장에선 하루가 지나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이자가 붙다보니 공사 기간을 짧게 줄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양생을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최저가 입찰과 불법 하도급 관행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발주처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탓에 건설사들이 공사비를 낮춰 입찰에 참여하고, 이후 전문성이 결여된 업체에 하청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청업체마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잿값과 인건비를 절약하다 보니 시공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숙련된 국내 노동자가 부족하다보니 기술력이 떨어지며 세심한 마무리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하는 하자 관련 분쟁사건만 4000여 건에 달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 원장은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집값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 때문에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를 공론화하기 위한 공익 기구를 설정해 적기에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부실시공 및 하자에 대한 제보(soo@chosun.com)를 기다립니다.
정수양 기자(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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