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명, 익일, 삼가 등 시대 따라 문해력 논란 커져
문해력 논란의 예로 잘 알려진 금일에 대한 대화 캡처 편집본 |
문해력 논란은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여기서 ‘어제오늘’은 시기상 ‘어제와 오늘’아니라 예전에도 있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사례로는 ‘금일’이 있다. 여러 커뮤니티에는 금일을 둘러싼 카카오톡 대화가 올라와 있다. "금일중 회신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는데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해서 빚어진 내용이다. 금일(今日)은 지금 금(今)을 써서 오늘을 말한다. 금요일의 금(金)과 다르다. "금일 점심 메뉴"는 오늘 점심 메뉴다.
내일은 명일(明日)이다. 해가 뜨는 날이니 내일이다. 내일과 비슷하지만 다른 날이 익일(翌日)이다. 익은 이튿날 다음날을 의미한다. 택배할 때 익일배송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경우는 주문접수일 또는 결제일 다음 날을 의미한다. 영업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면 당일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를 말한다. 5월 8일 출발 비행기를 놓쳤는데 항공사에서 "익일 오전 출발 비행기를 알려드리겠다"면서 5월 9일 오전 출발을 의미한다. 작일(昨日)의 작은 어제 작이다. 익일과 반대로 "작일 보고된 내용에 따라"라면 "어제 보고된 내용에 따라"이다. 뭐 이렇게 힘들게 사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어제, 오늘, 내일 또는 특정 요일이나 날짜를 쓰면 될 텐데.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힘이다. 황금연휴를 지칭할 때 열흘 연휴는 10일이라는 것을 다 안다. 하지만 사흘 연휴의 사흘은 사(숫자 4)의 4일이 아니고 3일, 나흘이 4일이다. 사나 흘 쉰다는 것은 3,4일 쉰다는 말이다. 한두개(1,2개), 두세개(2,3개), 서너개(3,4개), 너덧(네댓)개(4,5개) 등은 그래도 알 만하다.
통장사진 요구에 통장 겉표지를 찍은 대화 편집본 |
장례 위로 문자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이다. 삼가? 무엇을 삼간다는 말인가? 삼가다라는 말은 몸이나 언행을 조심한다는 말이다.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 삼가해주세요 아니라 삼가주세요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에서 심심은 할일 없다는 게 아니고 마음 깊이를 의미하는 심심(甚深)이다. 심히 깊은 위로다. 가결도 부결과 같은 한자어도 그렇다. 가결은 결정, 걸론이 가해졌다. 즉 통과됐다는 의미다. 가결,부결은 영어로 말하면 예스,노다.
◆일부 관용적 표현 등 성관념변화 따라 부정적으로
문해력보다는 일상의 관용적인 표현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여 생긴 오해도 있다. 파트타임 채용 과정에서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에게 통장과 신분증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통장의 겉장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가 "이런 분과는 일하지 못하겠다"며 구직이 취소된 경우다. 예전에는 통장사본(사본은원본이 아니라 사본,즉 복사본을 의미한다)을 팩스로 보냈다. 통장의 계좌번호와 예금주가 찍힌 겉면 다음의 속지 첫 장을 말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어 자제하는 표현도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의미의 "이 정도면 떡을 친다"는 표현이다. 과거에는 관용구이지만 남녀의 성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표현이어서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과거 국회에서도 한 남성 의원이 "질척거린다"는 표현을 하자 여성의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질척거리다"가 남녀 관계에서 한 쪽이 매달리는 모습으로도 쓰이지만 당사자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의미(깔끔하지 못하는 반대의 의미)로 섰다고 했다. 보에 괸 물, 보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봇물로서, 봇물터진다는 무언가 세차게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의미하는데 성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성희롱이 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북웨이브 학부모 실천단의 '하루10분 독서' 선언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교육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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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커뮤니티에서 지금도 화제가되고 있는 이슈가 바로 ‘6배가 커지는 신체기관’이다. 한 강의시간에 교수가 어떠한 조건에서 6배가 커지는 신체기관이 무엇이고 그 조건도 설명해보라고 했다. 한 여학생이 갑자기 불쾌하게 반응하며 저급한 질문이라며 학교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반면 다른 여학생은 질문을 받자 "눈의 동공"이라며 "조건은 어두워지면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수는 정답이라면서 얼굴을 붉힌 학생에게 세 가지를 말해주고 싶다며 다음처럼 말했다. 강의시간에 성실하게 임해주고 머리속을 깨끗한 생각으로 채워주고 6배로 커진다고 잘못알고 있는 언젠가는 반드시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유인촌·조희연 "문해력 키우자"
"과거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에는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동시간이나 휴식시간의 대부분을 휴대폰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정보를 디지털 기기를 통하여 접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태어난다며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우는 학생들은 그 상황이 더욱 심합니다. 당연히 긴 문장을 읽기 힘들어 할 뿐만 아니라 영상도 드라마나 영화 한 편을 모두 보는 것보다 숏폼이라고 불리우는 짧고 간략한 내용을 선호하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한 기자회견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북웨이브’(BookWave) 독서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아침 또는 기타 시간을 활용해 자기 주도형 자율 독서를 하는 ‘아침 책 산책’, 관심사와 진로 등을 주제로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드는 ‘서울학생 첫 책 쓰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5월부터 하루에 10분씩 총 100일간 가족과 함께 독서 습관을 만드는 캠페인에 동참해서 완주하면 도서관 로비 명예의 전당 등에 가족의 이름을 게시한다. 아울러 학교 도서관과 연계한 독서캠프나 동네 서점, 지역문화기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시설과 커뮤니티가 협력한 행사도 마련된다.
4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 책의 날' 기념식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배우 황정민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를 함께 낭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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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발표한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성인 독서율을 지난해 43.0%에서 50.0%로, 연간 독서량을 지난해 3.9권에서 7.5권으로 각각 높일 계획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독서는 상상력과 사고력, 공감력 증진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하는 힘’과 ‘휴머니즘’을 키워주고, 사회 구성원 간 이해와 소통을 증진하며, 출판산업 수요의 근간이 되는 등 그 중요성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서율의 하락 추세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독서·인문·문학·도서관 정책 간 연계, 타 부처(기관)와의 협력, 민간과의 소통 강화 등 향후 독서문화를 진흥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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