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나는 고졸이고 언니는 의대 근처도 안 갔고…결국은 우리는 모든 게 거짓말로 온 거야."
지난 10일 징역 9년과 징역 3년6개월을 각각 선고받은 의사 사칭 재미교포 사기범 일명 '제니퍼 정' A(51) 씨와 여동생 B(45) 씨의 판결문에는 거짓말로 점철된 자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A 씨는 자녀 유학이나 미국 영주권 취득 명목으로 피해자 4명으로부터 41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 씨는 광주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미국 의사이자 해외 의료기기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자신을 거짓 소개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으나, 이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국내 대학병원은 A 씨가 교환교수로 재직한 이력이 없다고 밝혔고, 그가 제시한 미국 의사 면허도 가짜로 판명됐습니다.
그녀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컬럼비아대학 졸업증에는 '생물학 석사'라는 전공이 기재돼 있을 뿐 의대를 졸업한 증명도 없었습니다.
만 23세인 1997년 미국에서 입국한 A 씨는 2009년까지 전남 순천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고, 2010년부터는 광주 영어학원 본부장으로 일한 것으로 드러나 어린 나이에 의대를 졸업하고 입국했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A 씨가 '제니퍼 정'이라는 이름을 광주 지역에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7~2018년 외국 의료기기회사의 한국 측 파트너를 자임하며 광주시에 3천200억 원 규모 투자를 제안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해당 기업의 한국공장을 세우겠다며 광주시와 '비전 선포식'까지 열었으나, 해당 회사 본사에서 "한국 내 공장 투자계획이 없다"고 밝힘에 따라 촌극으로 끝났습니다.
의료기기 회사 한국지사 대표인 것처럼 행세한 A 씨는 의료기기 회사 측에 투자를 요청하기는 했으나 투자 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었고, 회사제품을 주문하고 위조 수표로 결제 대금을 보내 제품 거래도 전혀 없었습니다.
A 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녀의 미국 유학을 원하는 의사 등을 대상으로 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 투자하면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거액을 수십 차례 받아 생활비나 쇼핑 등에 쓰며 탕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주한 미 대사관에 근무하는 국제교류 변호사 연락처로 비자 발급 서류 등을 보냈는데, 변호사는 가상의 인물이었고 서류를 보낸 연락처도 A 씨가 개통한 휴대전화였습니다.
A 씨와 B 씨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기 범행을 계속하면서 서로 다투거나 상의하며 범행을 모의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가족은 모두 거짓말로 살아왔다"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수사 과정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광주지법은 피해자 자녀 중 일부는 미국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하거나 입학이 취소돼 머나먼 미국에서 전전하는 등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할 학창 시절을 허비해야만 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여죄를 수사해 피해사례 8건(5억여 원 피해)을 추가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1심 선고에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