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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코로나 저축’ 다 쓰자 美 소비도 ‘뚝’, 높은 CPI에도 시장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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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수퍼달러(달러 강세)가 한풀 꺾이며 원화값은 하루 사이 24원 급등하고, 코스피도 크게 뛰었다. 들썩이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되살아나면서다. 여기에 미국 가계의 지갑이(소비력) 얇아지면서 물가 오름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높은 CPI에도 미국 3대 지수 역대 최고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4%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3.4%)에 부합할 뿐 아니라, 전월 대비 상승률(0.3%)은 시장 전망(0.4%)을 소폭 하회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며 환호했다. 이날 3대 뉴욕증시는 동시에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7% 오른 5308.15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도 1.4% 오른 1만6742.39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88% 오른 3만9908에 장을 각각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썼다. 4.5%대를 유지하던 미국 10년 물 국채금리도 CPI 지표 발표 직후 급락해(가격은 상승), 4.3%대까지 떨어졌다.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 가격도 7% 이상 오른 6만6000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미 증시·국채·비트코인 모두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한국 시장에도 전달됐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 약세에 전 거래일 대비 달러당 24.1원 오르면서 1345원까지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83% 상승한 2753선에 안착했다. 기관(5983억원)과 외국인투자자(4259억원)가1조242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완화하면서 일본·홍콩 증시로도 상승 분위기가 이어졌다.



美 초과 저축액 감소에 근원 상품 물가 ‘뚝’



견조한 물가에도 시장이 환호한 이유는 세부 물가항목에서 추세적인 둔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 가운데 상품 물가가 전월 대비 1.3% 떨어진 게 대표적이다. 전체 CPI가 전월 대비 0.3% 오른 점을 고려하면, 가장 확실하게 가격이 내려간 분야다. 특히 근원 상품 물가는 최근 11개월 중 10개월이 역성장하면서 추세적 물가 하락세를 그렸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상품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것은 미국의 소비력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증거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었던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올해 3월 기준 720억 달러(약 97조원) 감소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이후 각종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미국 가계는 2021년 8월 기준 최고 2조1000억원 달러(약 2850조원)에 달하는 초과 저축액을 쌓았다. 막대한 저축액은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로 이어져 물가 상승세를 자극했다. 하지만 경제 활동 재개 후 미국 가계의 통장 잔고가 줄기 시작해 최근에는 감소로 전환했다.



소비력 줄었나…소매판매도 예상 하회



미국 소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같이 발표한 미국 상무부의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7052억 달러(약 949조원)로 시장 예상치(0.5%)를 크게 하회했다. 또 이날 전월 대비 3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기존 0.7%에서 0.6%로 수정됐다.

미국 가계의 소비력 둔화에 향후 물가 오름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요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상품을 시작으로 서비스 가격까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주요 소비 여력으로 작용한 초과저축이 3월에 이미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까지는 필요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미국 소비의 둔화 추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높았던 에너지ㆍ주거비도 하락 전망



지난달 미국 CPI 상승세를 주도한 에너지와 주거비가 향후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물가 둔화 기대를 키운 이유 중 하나다. 전월 대비 지난달 미국 에너지 가격은 1.1%, 주거비는 0.4% 증가하면서 모두 전체 CPI 상승률(0.3%)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에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다시 하향 안정됐다. 이 때문에 유가가 다시 오르지 않으면 앞으로 발표할 CPI에서 에너지 가격은 내릴 가능성이 높다. 주거비는 여전히 높지만, 다른 물가에 비해서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이다.



고용도 둔화하면 물가 완화 기대할 만



문제는 고용이다. 미국 가계 저축액이 감소했지만, 고용이 강하게 유지되면 그만큼 임금이 오르고 떨어진 소비력도 다시 올라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나올 미국의 고용 관련 지표가 둔화하면, CPI 관련 하락 추세도 굳어질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미국 CPI에서 근원 상품 물가의 하락세가 다시 확인되면서, 올해 초 높게 나타난 CPI 상승세가 일시적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Fed가 금리 결정에 직접 참고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의 상당 부분이 CPI의 근원 상품 물가이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금리 인하 전망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짚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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