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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해외칼럼] '시진핑정권 교체전략'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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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옛 소련 상대 美의 '교체 전략'

전세계와 교역하는 中엔 안통해

억제정책, '美 고립' 초래할 수도

서울경제


매슈 포틴저와 마이크 갤러거가 최근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냉전 스타일의 억제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틴저와 갤러거가 제시한 억제 정책의 목표는 중국 인민이 개발과 통치의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필자가 진행하는 CNN 프로그램에서 포틴저는 “미국의 효과적인 억제 전략은 자연스레 중국의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들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가 베이징의 정권 교체임을 시인했다. 포틴저는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중국정책 담당 수석보좌관의 역할을 맡고 있고 갤러거 전 하원의원은 연방하원중국특별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들의 견해는 차기 공화당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기본 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틴저와 갤러거는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가 베이징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갈 19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 정책 스타일 대신 양국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1970년대 스타일의 화해 정책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그들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요란스러운 파열음을 환영해야 한다.

이 에세이는 우파 인사들의 이른바 ‘대체 전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펼쳐 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그들의 카드를 테이블에 펼쳐 놓음으로써 포틴저와 갤러거는 우파가 선호하는 억제 정책이 얼마나 부주의하고 위험하며 비실용적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날의 중국은 1970~1980년대의 소련과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국가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부자연스러운 제국이었다. 게다가 모스크바의 낡은 경제 모델은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무역 국가다. 또 과거 소련의 완전한 국가 소유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가 혼합돼 있다. 중국 전체 수출의 92%가 민간 분야에서 나오고 이 가운데 42%를 외국 투자자들과 연결된 민간 기업이 담당한다. 최근의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5%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경제 대국의 지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이 경제적으로 고립됐던 반면 중국은 글로벌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된 상태다. 미국과 소련의 교역량은 최고 연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 정도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단 며칠 만에 작성하는 교역량에 불과하다. 소련의 국내총생산(GDP)의 역대 최고액은 3조 2000억 달러로 글로벌 GDP의 7.5%에 그쳤지만 오늘날 중국의 GDP는 글로벌 GDP의 20%를 차지한다. 근본적인 차이점을 꼽자면 소련은 대체로 천연자원 의존형 경제로 오일·가스·석탄·주석·알루미늄 등 채취 산업이 성장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 중국은 다양한 제조 산업과 미국에 버금가는 세련된 정보기술 산업이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한다.

만일 미국이 중국 억제 정책의 길로 나선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국은 세계 120여 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의 무역 파트너 가운데 대다수는 베이징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인의 82%는 중국의 투자가 자국 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유럽 국가들조차 중국을 라이벌 겸 파트너로 간주한다.

과거에 미국이 시도했던 정권 교체 전략은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쿠바·베네수엘라·북한·이라크·아프가니스탄이 좋은 예다. 더구나 눈부신 경제발전의 공로를 인정받는 시진핑 정권의 교체 시도는 성공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 수십 년에 걸친 빈곤과 고통의 사슬에서 벗어난 중국의 평균 소득은 1978~2015년에 9배가 늘어났다.

호전성에 찌든 우파 진영의 주장은 20년 전 분출했던 이라크 정권 교체 요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의 광대한 면적과 국제사회와의 깊숙한 연계 탓에 억제와 정권 정복 전략은 미국을 머리카락이 쭈뼛해지는 위험한 길로 내몰기 십상이다. 지속적인 중국과의 대립은 글로벌 경제를 와해시키고 미국의 고립과 대만을 둘러싼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길로 들어서야 할 필요가 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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