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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조직적 은폐' 의혹마저…일그러진 '김호중 살리기' 눈살[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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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고양 공연 당시 가수 김호중. 차량 접촉 사고 후 미조치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모습이다.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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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를 받는다. 이른바 '뺑소니' 혐의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내어 김호중이 "당황한 나머지 사후 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라며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나 소속사가 '쉴 새 없이' 해명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사고 보도 후 소속사가 내놓은 첫 공식입장은 김호중이 직접 경찰서로 가 조사 및 음주 측정을 받았고, "검사 결과 음주는 나오지 않았다"라는 내용이다.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는 하나다. '절대 음주운전은 아니다.'

음주운전 여부는 당연히 중요하다. 일반적인 접촉 사고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범죄 혐의가 추가될지 말지에 관한 문제라서다. 죄가 더 무거워지는 것은 물론, 음주운전을 향한 전반적인 시민의식이 엄격해졌기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호중 친척이자 소속사 대표인 이광득 대표가 매니저 A씨를 통해 운전자 바꿔치기 및 허위 자수를 지시한 점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사라진 점 △김호중이 사고 전 유흥주점에 들렀고 술잔을 입에 댄 점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수차례 출석 통보를 했으나 사고 후 17시간 만에 늑장 출석했다는 점 등이 속속 드러났다. 모두 소속사 공식입장에는 없던 새로운 사실이다.

그 후로도 소속사는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는 데 전념했다. 김호중이 인사차 유흥주점에 들르긴 했으나 '짠'(건배)만 하고 음료를 마셨다고 해명했다. 김호중이 사고 직후 매니저에게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고 하고 '경찰에 대신 출석해 달라'고 한 녹취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KBS 보도에 관해서는, 김호중이 아닌 이 대표의 목소리라고 해명했다.

교통사고 발생 전 또 다른 술자리에 갔다가 대리기사를 불러 이동하던 김호중이 '휘청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한 채널A의 보도를 두고도, 소속사는 "주관적 표현"이라며 "음주를 한 사실이 없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심지어 이 대표의 공식입장문에는 이번 사건을 소속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한 흔적이 담겼다. 이 대표는 김호중이 유흥주점에 방문했지만 고양 콘서트를 앞뒀기에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라고 항변하면서도, "사고 당사자가 김호중이라는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다"라며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하라고 시켰다고 전했다.

메모리카드는 매니저 B씨 "본인의 판단"으로 "먼저 제거"됐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김호중은 사고 장소에서 자리를 피해 또 다른 매니저 C씨와 함께 경기도 구리의 호텔로 이동했다. 차량간 접촉 사고가 벌어졌을 뿐인데, 이번 사건에 이 대표와 매니저 2명 등 소속사 관계자만 최소 3명이 가담해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은 채 허위 자수' '메모리카드 제거' '김호중의 현장 도주'까지 빠른 시간에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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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이 고양 공연 후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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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의 행동을 두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듯"이라고 하거나,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가 생긴 일"이라는 이 대표의 해명은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감정적 호소에 가깝다.

실제로 김호중이 공황장애를 앓더라도, 그가 저지른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가 '공황'을 겪는다는 게 하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조명되는 것도 공교롭다. 이 대표는 김호중이 사고 당사자라는 것이 알려지는 게 두려웠다지만, 어설프게 사건을 무마하려다가 혹여 다른 죄목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은 두렵지 않았을까.

도로에서 차량간 단순 접촉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흔하다. 바로 이 점에서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는다. 보험사를 불러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대방과 갈등이 더 깊어질 수 있는 '도주'라는 선택을 한 것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사고 후 미조치'(뺑소니) 사실이 드러났기에 그 배경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비록 첫 공식입장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했으나, 어떤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음주운전만을 일관되게 강력 부인하는 소속사의 대응을 보면, 마치 김호중이 '음주운전만 안 했다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전혀 그렇지 않다. 뺑소니만으로 이미 법규 위반이자, 죄질을 따져야 할 경찰 조사 사안이다.

무수한 비판 속에도 소속 연예인 김호중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소속사가 한쪽에 있다면, 다른 쪽에는 '별님'(김호중을 부르는 애칭)이 안쓰럽다거나 "왜 5일이나 지난 사건을 이제 터트리는 걸까요?"라는 둥 보도의 저의를 의심하며 '김호중은 죄 없다'라고 합리화하는 팬덤이 있다.

5일이 아니라 그보다 시일이 더 지난 사건이 기사화될 수 있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김호중 본인이 접촉 사고 후 미조치 상태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이렇게 부정적인 사안의 주인공으로 화제에 오를 일 자체가 없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어떻게든 감싸려고 하다 보니, 김호중의 팬 카페에서는 뺑소니가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사소화되는 형국이다. 김호중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기 자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스스로 현 상황을 정확하게 깨닫고 또 다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극성스러운 옹호 대신 필요한 조언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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