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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최고점 찍었을 때 매각" 알테오젠 대주주와 개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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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글로벌 제약사와의 독점 계약 체결 소식에 승승장구하던 알테오젠의 주가가 한순간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회사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다음날 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상승세를 기록하던 주가는 박스권에 갇혔고, 대주주의 지분 매각을 비판하는 주주들의 성토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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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를 타던 알테오젠의 주가가 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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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상승세를 앞세워 제약·바이오의 새로운 대장주로 떠올랐던 알테오젠의 주가가 침체에 빠졌다. 알테오젠은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신약을 더 좋게(Better) 개선하거나 추가적인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바이오 플랫폼 기업이다. 특허권이 만료된 의약품을 복제하는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개선된 의약품을 개발한다는 의미로 '바이오베터(Better)'라고 불린다.

우선 알테오젠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자. 줄곧 4만~5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2월부터다. 2월 1일 7만1400원이었던 주가는 월말 16만600원으로 상승했고, 3월 26일엔 21만95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주가가 2달 만에 207.4% 상승한 셈이다.

주가 상승세에 알테오젠의 위상도 달라졌다. 2월 3조7850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11조636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제약·바이오 전통의 강호 셀트리온제약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 4위로 올라섰다.

투자자가 이 회사에 열광한 이유는 미국 제약사 MSD(머크)와 맺은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원천기술 ALT-B4의 라인선스 계약을 변경한다는 소식이었다. 2월 22일 알테오젠은 공시를 통해 머크와 'ALT-B4' 기술이전 비독점 계약을 독점 계약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머크는 알테오젠의 기술력을 활용해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제형을 개발 중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250억1100만 달러(약 34조1700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린 글로벌 1위 제품이다. 글로벌 1위 면역 항암제 회사와의 계약 체결이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알테오젠은 계약체결 조건으로 머크로부터 267억원을 받았고, 품목허가와 특허연장 등에 따른 마일스톤(기술료) 규모도 최대 575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키트루다 SC 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특허 유효기간에 로열티를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환호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알테오젠의 주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터졌다. 알테오젠 공동창업자이자 특수관계인(대표 부인)인 정혜신 전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지분 매각 소식이었다.

사실상 지배주주였던 정 전 CSO는 지난 3월 27일 보유지분 160만주(지분율 3.07%)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주당 처분 가격은 19만7770원으로 이번 매각으로 그는 3164억3200만원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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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곧장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주주 지분 매각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3월 27일에만 알테오젠의 주가는 10.89%(21만9500원→19만5600원) 하락했다.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졌고, 2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지난 10일 17만200원으로 떨어졌다. 대주주의 매각에 신뢰를 잃은 투자자가 주식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알테오젠은 "정 전 CSO가 더 늦기 전에 사회에 유익한 활동을 하기 위해 지분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까지 나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없을 것 밝혔지만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분 매각 시점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대주주가 블록딜 매각에 나선 건 알테오젠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주주총회를 개최한 3월 26일이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주총 개최일 대주주가 지분 매각에 나섰다는 건 일반주주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지분 매각 이후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주주를 비판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상승기에 발생한 대주주의 지분 매각 이슈는 악재 중 악재로 꼽힌다"며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치운 시점의 주가가 최고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알테오젠의 주가는 최근 낙폭을 크게 줄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지수 구성 종목에 알테오젠을 새로 편입하면서 투자자가 매수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MSCI 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알테오젠의 주가는 대주주 지분 매각 논란을 끊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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