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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R&D 카르텔→예타 전면 폐지로 뒤바뀐 尹, 재정건전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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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나눠먹기·갈라먹기 카르텔'이라며 R&D 예산 삭감했던 尹

이제는 재정 건전 안전장치 '예비 타당성조사' 전면 면제 허용

"재정효율성 생각하지 않은 무모한 결정", "지원 남발로 부작용 우려" 비판 속출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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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R&D(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시간이 생명이라는 첨단기술 R&D를 진작하기 위한 목표를 감안하더라도, 특정 분야의 예타를 전면 폐지할 경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진행하면서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지시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필요한 예산과 거둬들일 성과를 비교하는 절차다. 예산 낭비, 사업 부실을 막기 위해 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 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재정사업은 반드시 일정한 기준으로 검증하도록 한 제도다.

비용편익분석(B/C) 결과가 1보다 낮아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거둬들일 수 있는 편익이 적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사실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도록 해 예산 낭비를 막는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R&D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으려면 통상 6개월 이상 예타를 통과하느라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 변화에 제때 대응할 수 없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다.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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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1년 전 같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0)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카르텔' 척결 대상 중 하나로 직집 지목했다.

이에 따라 R&D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과학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고, 지난달 치른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R&D 예산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R&D 예산을 크게 확대함은 물론, 예타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특정 항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면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아예 '전면 폐지'를 선언한 것이다.

불과 1년만에 180도 뒤바뀐 윤 대통령의 결정에 당장 경제 전문가들마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분별한 '묻지마 투자'를 막을 통제 장치 없이 예타를 면제하면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필상 특임교수는 "R&D 예산을 지금이라도 대폭 확대하는 것이야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무조건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안 한다면 재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무조건 돈을 투입만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가 경제 성장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데 경제 정책 기조를 뒀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애초 R&D 예산을 줄였던 일 자체가 잘못됐던 결정"이라며 "이를 시정하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면제한다면 재정의 효율성 차원에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도 "결국 예타를 완전히 면제하면 국가 재정이 낭비되고 이를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지원이 남발되면 다시 부작용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R&D 예산 삭감에 대해 총선 과정 전후로 나온 비판의 목소리가 결국 총선의 결과로 나왔다고 판단하고, 이를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것 같다"며 "결국 R&D에 관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당장 비판의 불을 끄기 위해 정책이 즉흥적이고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도 "예타는 국민의 세금을 우선순위에 맞게 효율적, 합리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정부로서 당연히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라며 "예타 면제는 결국 예타에서 떨어질 수 있을 사업까지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예타에 시간이 너무 많이 뺏긴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국가의 돈을 지원받아 연구하려면 감수해야만 하는 전제 조건"이라며 "정말 시의적절하게 투자해야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세금을 받을 것 없이 기업이 직접 투자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차피 새로운 R&D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혜택을 보여해도, 지난해 예산이 깎인 채 수행해야했던 사업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며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사안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제한적으로 면제할 수도 있지만, 특정 권역을 통째로 일괄 면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이 1년 전 '카르텔 예산'으로 지목하며 R&D 예산을 삭감했던 일을 들며 "당시 윤 대통령과 지금의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라는 얘기로,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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