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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미니멀리즘 음악, 삐딱하게 딴죽 걸기 [休·味·樂(휴·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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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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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스티브 라이히(왼쪽 사진)와 필립 글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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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는 앞 세대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저항의 역사와 같았다. 미니멀리즘 음악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던지며 파격과 혁신을 일으켰고, 자신을 향한 세간의 평가에 '그렇게 함부로 규정하지 말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그러므로 미니멀리즘 음악가들은 '클래식 음악계의 이단아'라 불렸다. '똘끼'로 무장한 덕택에 예측 불가의 영역으로 음악 세계를 확장했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미니멀리즘 음악은 태동부터 삐딱했다. 2차 대전 직후 유럽의 주류 사조였던 전위음악에 대차게 반기를 들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황폐한 삶을 복잡하고 난해한 어법으로 투영한 전위음악이 미니멀리즘 음악가들로선 듣기 힘든, 심지어 참기도 힘든 음악이었다.

그래서 정반대 방향, 간결하고 단순한 음악어법을 추구했다. 화려한 기교나 불필요한 장식을 지양하고 음향의 최소 단위로 작품 전체를 구축한 것이다. 오로지 근본에 집중하면서 최소한의 표현이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승전결의 서사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대신 무한한 반복과 미세한 변화로 음악을 전개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 음악은 '과정 음악'이라 불린다.

반항에서 출발한 혁신은 마치 거울 치료처럼 또 다른 저항과 싸워야 한다. 사람들은 미니멀리즘 음악가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했는데, 특히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고 물질주의에 경도되었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자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음성을 현악 4중주와 결합한 '다른 기차들(Diffrent Trains)'로 전쟁의 참상을 미국의 목가적 상황과 연결시키며 미니멀리즘 음악에도 시대정신이 깃들 수 있음을 생생히 증명했다.

이 음악가들은 '미니멀리스트'란 호칭마저 부정한다. 심지어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반복 구조의 음악을 쓰는 맥시멀리스트'로 불러달라 항변했다. 음표를 더하고 빼는 기법으로 반복 시스템을 무한 확장시켜 거대한 규모에 한정되지 않는 연주 시간으로 승부했다. 미니멀리즘은 최소화에 갇혀있다는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무한 증식이 가능한 맥시멀한 음악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단아'의 사전적 의미는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미니멀리즘 음악가들은 과거부터 이어진 기존의 관습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을 규정하는 세간의 평가에도 발끈했었다. 규정지을수록 청개구리처럼 정반대쪽으로 튕겨 나간 덕택에 음악의 지평은 그만큼 더 창의적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발칙한 '똘끼'로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우리 시대의 이단아는 누구일까.
한국일보

조은아 피아니스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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