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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광주서 시민끼리 구타하고, 북한 노래 울려 퍼진다”…역사 왜곡한 게임, 알고보니 고교생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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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역사 왜곡 게임 ‘그날의 광주’ 속 장면. [사진 = JTBC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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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설정이라는 신고를 받고 삭제된 게임 ‘그날의 광주’를 고등학생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게임에 담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광주시와 5·18민주화운동기념재단에 따르면 최근 게임 그날의 광주 제작자가 경찰에 고발됐다. 제작자는 개발자 꿈나무들이 모인 디스코드 대화방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해 뽑힌 고등학생 6명으로 알려졌다.

이 게임은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전개된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광주시 금남로 일대에서 북한군으로 활동하며 시민군을 살해해야 한다. 북한군은 시민군에게 총을 쏘고, 시민군과 시민군은 서로를 구타하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붉은 깃발에는 폭동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고 북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 게임은 메타버스게임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 공유되며 누적 이용자 수 1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이 게임은 한 초등학생의 제보로 공론화됐다. 로블록스는 사과문을 낸 뒤 해당 게임을 삭제 조치했다. 하지만 초대를 받으면 입장할 수 있는 비공개 대화방이나 사화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특정 파일 형태로 배포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원 인제군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지난해 말부터 디자인 개발자로 그날의 광주 게임 제작에 참여했다. A군 외에도 온라인상에서 만나 신원 확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5명이 더 있었다.

6명의 개발자는 개발팀·제작팀·디자인팀에 소속돼 역할을 분담했다. A군은 총괄 개발자의 지시에 따라 게임에서 사용할 3차원(3D) 캐릭터와 배경을 만들었다. A군은 당초 시민군과 군·경이 총격전을 벌이는 역할수행게임(RPG) 형태로 기획됐으나, 총괄 개발자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북한군을 투입하면서 게임의 방향성이 어긋났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인을 다 죽이는 광주시 대토벌 작전이라는 이벤트로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다고 덧붙였다. 게임 이용자 수에 맞춰 로블록스의 게임머니 로벅스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벅스는 현금화가 가능하다.

A군은 “총괄 개발자가 무슨 목적으로 북한군을 만들었는지는 모른다”며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5·18 민주화운동이 배경인 게임에 북한군을 제작한 것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제작의 자유와 이용의 개방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작물에 대한 사전 검열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 플랫폼들의 가입 절차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제작한 게임이 사용자들에게 배포되기 전 플랫폼 운영사에서 우선 검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 등을 고려해 배포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면서 바람직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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