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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단독]여가부 산하 기관, '부장→부원' 갑질 인사 판정…1천만원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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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 보고 '패싱'했다며 부장서 부원 발령

노동위 "직접 보고 의무 없어…부당 인사 맞다"

이행기간 내 인사 복원 안 해 이행강제금 부과

피해자, 상임이사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뉴시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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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상임이사를 '패싱'한 문건이 상위기관에 보고됐다는 이유로 3급 부장을 부원으로 인사발령 낸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이 1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게 됐다.

18일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과 중앙노동위원회 등에 따르면, 중노위는 지난해 12월8일 한가원 소속 A씨에 대한 인사처분을 30일 이내에 취소하고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한가원은 여가부의 가족지원정책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다. 최근 독립법인으로의 설립이 결정된 양육비이행관리원도 한가원 내 기구였다.

사건의 발단은 한 보고서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1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속 변호사들의 처우 문제와 충원 계획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여가부에서는 장관 보고용으로 담당 기관인 한가원에 변호사 인력에 대한 분석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전략기획부장이었던 A씨가 해당 자료 작성 총괄을 맡게 됐는데, 사내 자료 취합이 되지 않자 A씨 부원인 B씨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자료를 취합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사한 업무를 하는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 업무량 비교와 처우 비교 등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당시 한가원 상임이사였던 전주원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이 A씨가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여가부에 보고했고, 이를 '2023년 양육비사업 경영목표 수치'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은 A씨에게 본부장 보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원장이 '소문에 의하면 장관 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해 장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한 직원이 어딘가 본부장이 된다고 한다. 징계는커녕, 이런 직원을 본부장으로 영전시키는 게 올바른 인사권 행사냐'고 카카오톡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했고, 해당 보고서에 대한 윤리감사가 시작됐다.

한가원은 지난해 5월2일 A씨가 보고서를 상임이사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보고서 내 일부 오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당일 전략기획부장에서 소통협력실 부원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부장에서 부원이 된 것이다.

A씨는 이 같은 인사가 부당인사라며 노동위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사측은 "A씨가 보고서 작성 제출 시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성실히 검토했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양육비이행관리원 변호사의 처우개선과 관련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고, 그 여파로 현재까지도 변호사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부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아 부원으로 전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3급 직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장에서 부원으로 인사발령됐기에 지위상 불이익 또한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건을 살펴본 노동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파악됐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여성가족부 로고(사진=뉴시스 DB) 2021.09.0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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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당시 전략기획부에서는 보고서 작성 후 작성 경위에 대해 본부장에게 보고하고 소관부처에 제출했는데, 제출할 당시 담당 서기관에게 보고서의 미흡성에 대해 보고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위와 같이 업무처리를 했다고 해서 부장으로서 자질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설령 이 사건 보고서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창의인재부 등 자료제출을 요구 받은 부서에서 보고서 제출기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데 기인한 것이므로 온전히 A씨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노위는 A씨가 이를 상임이사인 전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지노위는 "조직도상으로 보고체계가 전략기획부, 경영혁신본부, 상임이사 순으로 나와있는데 상임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행관리원장에게 보고해야 할 주체는 A씨가 아니라 경영혁신본부장"이라며 "달리 A씨가 직접 이행관리원장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A씨가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고 인사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점과 사측이 보고서 미흡성 등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인사명령 직전에 본부장 보직까지 제안한 점 등을 들어 부당인사라고 결론 내렸다.

이후 한가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같은 해 12월8일 중노위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A씨의 원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노동위는 판정 후 이행기간을 두고,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일종의 과태료적 성격인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총 4회까지 부과가 가능한데, 현재 한가원은 중노위 판정을 이행하지 않아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은 상태다.

여기에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동위가 부과한 이행강제금은 행정소송 승소와 관계없이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A씨는 현재 전 원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했고, 노동청이 시정지시를 내렸다. 해당 사건이 벌어진 뒤 전 원장이 A씨에게 '공소시효가 7년이 남아있는데 세 자녀의 부모를 전과자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고발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폭언을 해,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현재 A씨는 여가부 앞에서 한가원 측의 구제명령 이행을 촉구하면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시스는 한가원과 전 원장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 원장은 "부처와 통화 후 연락드리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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