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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민희진 "뉴진스도 '음반 밀어내기' 권유받아"…하이브 "안 한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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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왼쪽부터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로고. 어도어 제공/하이브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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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HYBE)와 '경영권 탈취' 여부를 두고 공개 대립 중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의 2차 내부고발 메일이 공개됐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음반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뉴진스도 권유받은 적 있다고 주장했으나, 하이브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민희진, 하이브가 업계 병폐인 '음반 밀어내기' 한다고 주장

민 대표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은 1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한 하이브 상대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 2차 심문기일 당시 준비한 PPT 자료를 이날 정오쯤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민 대표가 지난달 16일 작성해 하이브에게 보낸 '2차 내부고발 메일'도 포함돼 있었다.

메일 도입부터 민 대표는 "본 메일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어도어/뉴진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이브의 윤리경영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내용"이라며 "하이브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은 기존 업계의 병폐를 답습하면서 비도덕적 행위를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라고 썼다. 민 대표는 해당 메일에서 "'음반 밀어내기'는 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즉 '초동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하여 유통사나 해외 자회사를 이용하여 대량의 주문을 넣거나 팬 이벤트 등을 급조하여 판매량을 부풀리는 부당행위"라며 "이는 아티스트의 성과에 대해 거짓된 정보를 보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음반 밀어내기'가 △더 이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팀을 계속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프로젝트 성과를 실제보다 부풀려 알리는 것 등 공정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부풀리는 게 아니라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성이나 미래를 심각하게 왜곡하기에 문제라고 강조했다.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NewJeans) 역시 하이브로부터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민 대표는 지난해 7월 나온 뉴진스의 미니 2집 '겟 업'(Get Up) 음반 발매 당시 하이브로부터 타사 걸그룹인 에스파(aespa) 초동 기록을 꺾을 수 있다며 10만 장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으나 "어도어의 사업 철학에 위배되기 때문에 단호하게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민 대표는 "지금까지 음반 밀어내기 없이 뉴진스가 달성해 온 순수한 1위 기록들이 퇴색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발생했던 다양한 사업 기회들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서 '음반 밀어내기'를 거절했다고 재차 언급했다.

나아가 "'음반 밀어내기' 이슈가 더 큰 문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면, 단지 하이브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음반 밀어내기를 단호하게 거절한 뉴진스조차 '음반 밀어내기'를 이용해 성과를 포장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편법 없이 오롯이 음악과 퍼포먼스/콘텐츠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시장의 비전과 희망을 꺾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민 대표는 "기존 엔터업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 비판하고 엔터 산업의 선진화를 지향한다던 하이브의 표리부동한 태도에 대한 개선과 조속한 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이미 하이브 레이블 내 만연한 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자회사에 대하여 반품 조건부로 거래한 내역이 있는지 여부를 비롯하여 '음반 밀어내기'로 보일 수 있는 거래가 있는지를 강도 높게 조사하고 투명하게 처리하여 엄중히 대처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라고 요구했다.

PPT 자료에는 '음반 밀어내기' 관련 이메일 및 업무용 메신저(슬랙) 자료도 첨부돼 있었다. 2024년 1월 2일자 이메일에는 음반이나 아티스트는 흐림(블러) 처리된 채 "이니셜 사입 15만" "반품 조건 추가 사입 10만" 등 구체적인 수치가 나타나 있었다.

또한 2023년 8월 4일자 업무용 메신저 내용에는 "HBJ가 직사입시 : 하이블(하이브 레이블 혹은 레이블의 오기로 보인다) 이익이 가장 크나 재고 부담주체가 HBJ가 됨" "UMG 통할시 : 레이블 이익이 상승하나 물량 밀어내기 불가능하고 재고부담 및 폐기도 레이블 비용으로 진행"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2023년 4월 10일자 업무용 메신저 내용에는 "OO 앨범 관련하여 UM이 위버스컴퍼니를 통해서 수입을 진행하고 있으나, 추가 10만 장 사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6월 공연 이후 반품 가능한 조건으로 진행할 거 같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연 기자회견에서도 민 대표는 '음반 밀어내기'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업계에서 랜덤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알음알음 다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비정상적이 돼, 그리고 나중에는 주식시장도 교란된다"라며 "지금 음반 시장이 너무 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하이브 "음반 밀어내기 하지 않는다…근거 없는 의혹 제기, 심각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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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이돌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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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하이브 역시 민 대표 질의에 하이브가 4월 22일 응답한 이메일 전문을 17일 오후 취재진에 배포해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는 없다고 부인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 측이 공개한 증거자료는 사전에 포섭한 조력자로부터 얻은 내용이거나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여 확보한 것임을 감사 결과 확인했다"라며 "이 같은 밀어내기 이슈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실행 계획의 하나로 진행된 일임을 민희진 대표와 L 부대표 간의 대화록에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당사가 오늘 법정에서 밝힌 것처럼 '밀어내기 증거자료 수집+여론전 준비' '공정위가 조사를 하든 말든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 '우리에게 헤드라인(기사 제목)만 나오면 돼'와 같은 대화가 있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덧붙였다.

4월 22일자로 작성된 하이브의 회신 메일에는 "하이브는 소위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1번으로 명시돼 있다. 하이브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 이는 이미 하이브가 어도어 측에 수차례 답변드린 내용이며, 하이브 박지원 대표이사와 민 대표 간의 SNS(소셜미디어) 대화 기록에도 여러 번에 걸쳐 남아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민 대표가 '근거 없는 의혹'을 줄곧 제기하고 있다는 게 하이브 입장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는 세븐틴(SEVENTEEN)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엔하이픈(ENHYPEN) 르세라핌(LE SSERAFIM) 투어스(TWS) 아일릿(ILLIT) 아이브(IVE) 라이즈(RIIZE) 등 사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량이 발표되고 나면 '밀어내기나 사재기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데뷔한 아일릿의 음반 판매량을 문제 삼았다고도 전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L 부대표도 최근 내부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아일릿의 초동은 밀어내기로 보인다. 의심되지 않냐'라고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애널리스트들마저 그런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답변을 했음에도 본인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뉴진스도 음반 밀어내기 제안을 권유받았다'라는 민 대표 주장을 두고는 "이는 격의 없이 이루어진 대화의 일부였을 뿐"이라며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공식적으로 '밀어내기'는 없다고 수차례 설명드렸고 실제 하이브는 '초동 기록 경쟁을 위한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판매한 앨범 전체를 대상으로 밀어내기를 통한 반품이 있었는지 등을 비롯해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공유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는 2023년 신규 앨범 17장을 발매해 구보(기존 발매 앨범) 약 1천만 장을 포함해 총 4360만 장을 팔았다. 조사 결과 과거 2건 음반에 관해 각각 7만 장씩 14만 장 반품이 있었는데, 이는 전체 음반 판매량의 0.32%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소개했다.

하이브는 "2023년은 음반 판매량이 요동친 해"라며 "당시 앨범 판매가 호조였던 상황을 감안해 상향된 수요 예측이 있었으나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수요 예측에 관한 오차가 과거보다 높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우선 언급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계약서상에 적시되지 않은 반품 조건을 실무자가 허락하면서 상기 두 건의 반품이 진행됐다. 그러나 본 건의 반품거래 사실을 확인한 직후 회사는 내부통제를 강화하여 원칙에 벗어난 반품 구두 협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이후 실제 추가로 반품 건은 발생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라고 알렸다.

뉴진스 앨범 수요 예측이 틀렸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하이브는 어도어가 뉴진스 미니 2집 '겟 업' 발매 당시 시장 상황을 낙관해 음반을 350만 장 제작하겠다고 했으나 "현재 당사에는 무려 161만 장의 재고가 남아있다. 이처럼 업황의 변동성과 수요 예측의 불가측성은 엔터 산업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짚었다.

하이브는 "'음반 밀어내기'라는 남들이 오해하기 쉬운 이슈를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제기한 귀측의 행동과 의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정말 밀어내기가 하이브 내에 실존하고 K팝 시장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확인을 먼저 거쳤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무법인 세종은 하이브의 입장 발표 후인 17일 저녁 다시 한번 공식입장을 내어 "자회사가 반품조건부 사입을 하도록 하거나 유통사의 팬 이벤트 등을 활용하여 초동판매량을 부풀리는 것을 밀어내기로 볼 때, 하이브의 주장과 달리 뉴진스 미니 2집 '겟 업' 사례는 밀어내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민 대표 측은 "일본 유통사 UMJ는 수요예측 및 협의를 통해 15만장 을 사입하였으며, 여기에는 반품 조건이 붙지 않아 밀어낸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8월 20일에 추가로 진행한 팬 사인회는 초동 기간이 지나고 진행한 것으로 초동 물량과는 무관한 팬 사인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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